위로가기 버튼

20세기 중국 역사의 격변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2-07 21:38 게재일 2011-12-07 17면
스크랩버튼

`펑유란자서전`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펑유란 지음, 3만원

삶에서 막다른 골목을 만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처음 몸담고 있었던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며 서구적인 정신과 가치에 젖어 있던 사람도, 인생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면 그간 알게 모르게 내 정신을 구성하고 있던 동양적 정신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인생의 험로를 어느 정도 더듬어본 중장년층이 동양 철학에 관심을 느껴 노자나 장자의 고전을 읽기 시작한다거나, 최근 도올 김용옥이나 강신주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들이 풀어내는 동양 철학 방송 및 서적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듯 동양 철학이 관심 받는 가운데, 동양 특히 중국 철학에 관한 한 놓쳐서는 안 될 거장을 새롭게 소개한다. 그 삶 자체가`20세기 중국 철학사`라고 평가받는 펑유란(馮友蘭·1894~199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철학사가인 펑유란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중국 철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이다. 세계 최초로 중국 철학의 방대한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펑유란의 저서 `중국철학사`는 식민지 시절부터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읽혔을 뿐만 아니라 영어로 저술돼 서양 철학자들이 가장 포괄적이며 체계적으로 중국철학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펑유란이 1934년 중국인 최초로 중국 철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권의 책`에 오를 만큼 20세기 지성사에 획을 그은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이 중국철학을 이해하는 기틀을 마련한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근대를 거치며 서양과 동양 양쪽에서 중국 철학, 나아가 동양의 철학 정신을 되돌아보고 지킬 수 있게 한 거장이었다.

`평유란 자서전`(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펑유란이 아흔 살을 앞둔 노년기에 접어들어 자기 일생을 막내딸 앞에서 구술한 내용을 엮은 자서전이다. 자서전엔 그의 삶 자체가 `20세기 중국의 철학사`로 불릴 정도로 중국 역사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철학자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담겼다.

“21세기에는 중국 철학이 새롭게 빛날 것이다”라고 예언한 펑유란의 유일한 자서전인 이 책에서 역사와 철학과 인생의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