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험로를 어느 정도 더듬어본 중장년층이 동양 철학에 관심을 느껴 노자나 장자의 고전을 읽기 시작한다거나, 최근 도올 김용옥이나 강신주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철학자들이 풀어내는 동양 철학 방송 및 서적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듯 동양 철학이 관심 받는 가운데, 동양 특히 중국 철학에 관한 한 놓쳐서는 안 될 거장을 새롭게 소개한다. 그 삶 자체가`20세기 중국 철학사`라고 평가받는 펑유란(馮友蘭·1894~199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세기 중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철학사가인 펑유란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중국 철학에 있어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이다. 세계 최초로 중국 철학의 방대한 세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펑유란의 저서 `중국철학사`는 식민지 시절부터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읽혔을 뿐만 아니라 영어로 저술돼 서양 철학자들이 가장 포괄적이며 체계적으로 중국철학을 접할 수 있게 했다.
펑유란이 1934년 중국인 최초로 중국 철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권의 책`에 오를 만큼 20세기 지성사에 획을 그은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이 중국철학을 이해하는 기틀을 마련한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근대를 거치며 서양과 동양 양쪽에서 중국 철학, 나아가 동양의 철학 정신을 되돌아보고 지킬 수 있게 한 거장이었다.
`평유란 자서전`(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펑유란이 아흔 살을 앞둔 노년기에 접어들어 자기 일생을 막내딸 앞에서 구술한 내용을 엮은 자서전이다. 자서전엔 그의 삶 자체가 `20세기 중국의 철학사`로 불릴 정도로 중국 역사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겪어낸 철학자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담겼다.
“21세기에는 중국 철학이 새롭게 빛날 것이다”라고 예언한 펑유란의 유일한 자서전인 이 책에서 역사와 철학과 인생의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