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마 나오미는 개성 넘치는 시리즈의 잇따른 성공으로 기예의 미스터리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여류 작가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탐정은 바에 있다`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바에 걸려온 전화`의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홋카이도 삿포로에 사는 탐정이 대도시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비정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나가는 내용의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는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개봉 이후 이 시리즈 전체가 서점 진열대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팬들의 성원에 영화 역시 후속편이 제작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이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탐정 `나`는 뛰어난 관찰력과 예리한 판단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나가기 보다 수상하다 싶은 일에 앞뒤 안 가리고 일단 고개부터 들이밀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표적이 돼 난데없이 두들겨 맞거나 쫓기거나 한다. 티격태격 난투극을 벌인 뒤, 탐정은 집으로 돌아와 아프고 쑤시는 몸을 달래가며 사건의 고리를 이어 맞춘다. 그래서 그의 밤은 언제나 고달프다. 가끔은 깜빡 정신을 잃고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주위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왁자하고 독특한 번화가의 뒷골목에 있는 한적한 바에서 자신을 찾는 전화를 기다리며 위스키를 홀짝이는 탐정 `나`와 비정한 거리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사건들의 조합. `스스키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하드보일드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흘러간 시대의 향수, 유머와 수다스러운 요설이 넘치는 내레이션으로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1992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행간에는 요즘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유머가 반짝이고 캐릭터 조형도 세련됨을 갖췄다. 출간 당시 유례없던 이 유머러스한 하드보일드 문학에 평단에서도 당황했으나 2011년 유머 미스터리의 붐과 영화 개봉이라는 호조에 재조명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