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은 고전 대중서 분야에서 폭넓은 독자층을 이끌고 있는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다산과 황상이 시로 나눈 교유의 흔적을 44꼭지의 이야기로 정리했다.
조선 후기 학자 겸 문신인 다산 정약용은 많은 제자와 후학을 거느린 조선 최고의 석학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제자가 있었다. 신유박해 와중에 멀리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를 와 변변히 머물 곳도 없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던 정약용은 당시 머물던 동문 밖 주막집에 작은 서당을 열었고, 1802년 그곳에서 열다섯 소년 황상을 만난다.
시골 아전의 아들이던 황상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 정약용의 `삼근계(三勤戒)`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 매진했고, 관 뚜껑을 덮을 때까지 한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1818년 스승이 해배돼 서울로 돌아간 뒤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던 아전 노릇을 그만두고 백적동 깊은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며 초서와 시 짓기 등의 공부를 놓지 않았으며, 늘그막에는“일속산방(一粟山房, 좁쌀 한 톨만 한 작은 집)”을 지어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였다. 모두가 출세를 위해 공부할 때, 오직 황상은 스승이 입버릇처럼 일러주신 “유인(幽人,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조용한 곳에서 숨어사는 사람)의 삶”을 실천했던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학동네 펴냄, 정민 지음, 148쪽, 2만3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