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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가 있는 겨울바다 축제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2-26 23:20 게재일 2011-12-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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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적당한 크기의 과메기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물미역으로 감싼다. 생김 위에 노란 배추 속잎을 얹고 그 위에 과메기를 놓고 쪽파와 마늘 청량고추를 한 쪽 곁들인다. 소주 한 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는 양념한 과메기를 먹는다. 그 쫀득쫀득하고 상큼한 맛.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나며 바다 냄새까지 밀려온다. 비타민과 불포화지방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단백질 덩어리로 미용에도 좋다는 과메기다.

생선회를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과메기를 맛있게 먹었다. 연말 지인들 모임에 과메기를 내놓았더니 단연 인기였다. 음식 솜씨가 괜찮은 식당이었고 메뉴도 꽤 여러 가지 나왔는데 모두들 과메기맛을 칭찬하며 모두들 과메기를 싸먹느라 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과메기에 자꾸 손이 간다. 이런 것을 포항 사람들은 과메기의 중독성이라고 한다. 옛날 먹어 본 과메기가 아니다.

20여 년 전, 포항이 고향인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 친구는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꾸덕꾸덕 마른 꽁치 껍질을 벗겨냈다. 내장을 빼내고 손질한 뒤 초장에 찍어 자기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우리 부부에게도 한 점씩 쑥 내밀었다. 하도 열심이어서 싫은 표정도 못하고 받아먹었지만 비릿한 바닷내음에다 도무지 비위에 맞지 않았다. 나오는 길에 친구가 애써 장만해 건네 준 꽁치를 우리는 죄다 구워 먹었다.

과메기란 겨울철 바닷바람에 내다 건 꽁치를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말린 것이다. 경상도 포항을 중심으로 울진 영덕 등 동해안에서 많이 생산되며 구룡포가 특히 유명하다. 겨울철 생선이 귀하던 내륙 지방에서도 과메기가 있었다. 추수가 끝난 뒤 쌓아둔 짚가리에 손질한 청어를 문종이에 싸서 푹 쑤셔 박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놈을 귀한 손님이 왔을 때 한 마리씩 꺼내 아궁이에 구워 먹었다고 한다.

이런 과메기가 한 때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예산 국회에서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사업비가 50억 원 증액된 것을 놓고 민주당 의원이 과메기 예산 운운하면서 씹어 댄 것이다. 사실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지역구인 목포에 40억 원이 가고 포항엔 10억 원이 배정됐는데도 그렇게 비난을 퍼부어 댄 것이다.

옛날 과메기가 아니다. 맛도 일품이지만 유통과 보급체계도 정비됐다. 구룡포 덕장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과메기는 포항 죽도시장 등에서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죽도시장을 비롯한 포항시내에는 전국에서 과메기를 사러 오는 관광객들과 상인들로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포항에서 팔려나가는 과메기가 지난 해 억원에 이르렀고 올해도 식당에서도 과메기를 쉽게 맛볼 수 있다. 2만 원 정도면 소주 두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으니 이렇게 착한 가격에 맛있고 싱싱하며 영양도 풍부한 안주가 또 어디 있을까.

과메기가 국민식품이 되기까지는 포항시의 노력과 경북매일신문의 공이 결정적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특히 경북매일신문은 서울을 비롯, 해외에서까지 과메기 홍보 행사를 벌여 과메기를 선전하고 있다. 올해도 서울에서 포항 과메기 홍보행사를 벌였는데 과메기 맛에 반한 관광객들로 행사가 대성황을 이루었다.

매서운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지금, 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마침 지난 주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선 과메기와 문어까지 함께하는 겨울바다 축제가 포항시 주최로 열렸다. 밤이면 시꺼먼 바다 저멀리 수평선에 고기잡이 배들의 집어등만이 깜박거릴 뿐인 황량한 겨울바다가 축제로 후끈 달아올랐다. 해변가에 화톳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며 어깨를 들썩였다.

겨울 추위는 물론, 일상의 권태와 스트레스까지 과메기 안주에다 소주 한 잔으로 날려 보내는 겨울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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