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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배려의 임진년이 되기를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2-01-02 23:37 게재일 2012-01-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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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광동화작가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호미곶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새해의 소망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을 것이다. 나름의 소망 하나씩은 품고 사는 우리에게 그 소망은 살아갈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삼진기(三秦記)`에 곤륜산의 물이 적산산을 지나서 용문폭포에 이르면 이 폭포 밑에는 수천마리의 잉어가 모여들어 폭포를 뛰어 오르려고 애를 쓰는데 이 폭포를 뛰어 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등용문이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잉어와 용. 그 존재의 가치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바로 다른 세상살이를 의미하고 있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서 호국, 호법의 신이며, 자연현상을 지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농경사회였던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는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임진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으로 1232년 몽고군 침입, 1592년 임진왜란, 1952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들 수 있다. 몽고군 침입은 무단 정치로, 독도 영유권 주장은 6·25전쟁으로 혼란을 겪던 와중에 일어났다. 특히 1592년부터 7년간 이어진 인진왜란의 연유도 다름 아니다. 문치를 앞세운 조선의 유약함이 봉건지배권을 강화하면서 키운 군사력 앞에 당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앞에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조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정쟁으로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책 없는 정치권의 갈등은 국방의 피폐화를 야기했으며, 관리들을 부정과 부패 속으로 몰아갔다. 이처럼 허약함이란 국가 기능의 제일 조건인 소통과 화합의 정책을 펴지 못함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다시 임진년을 맞으며 그 일이 떠오르는 것은 상황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있을 두 번의 선거는 그야말로 국가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다. 이런 양대 선거를 치르면서 국론은 더욱 분열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분단 현실 속에서 북한의 권력 변화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님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예산을 지난해 마지막 날에 간신히 통과시킨 국회는 사실상 휴무에 들어갔다. 다들 마음은 얼마 남지 않은 4월11일 19대 총선에 가 있을 것이다. 또 각 당은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온통 정신을 쏟느라 국가와 민생에 얼마나 관심을 둘지 의문스럽다. 올해 첫 해맞이를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쟁 지양과 국민을 중심에 두는 화합의 정치를 요구하고 싶다. 어쩌면 이 문제 역시 국민의 힘으로 쟁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임진왜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의병으로 일컫는 백성의 의기가 있었다. 올해에도 결국은 우리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른 인물을 뽑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유로 통화권의 재정위기로 인한 성장 둔화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겐 좋을 리가 없다. 서민들을 괴롭혔던 고물가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다. 우리를 둘러싼 열강의 권력 헤게모니가 어떠한 형태와 속도로 변화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경제와 외교정책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흑룡의 해라고 한다. 호미곶에 나붙은 `용호상생`의 의미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국민들은 어렵고 힘들 때 더욱 하나가 되곤 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민족정신이며, 그 정신이 우리를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60년 만에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만든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가 못사는 것은 아닌데 저마다 삶이 어렵다고들 한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가 너무나 팍팍하게 사는 것만 같다. 조금씩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면서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 어느 해 보다도 모두가 부푼 꿈에 젖은 새해 첫날. 우리나라가, 우리 고장이, 우리 이웃이, 우리 모두가 이 모든 걱정거리를 박차고 힘차고, 당당하게 날아오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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