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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 버리고 함께 사는 것 중요”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1-05 19:13 게재일 2012-01-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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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본분의 만족과 남을 배려하는 생각, 편의주의, 이기주의 이런 것 배제하고 시야를 주변과 여러 대상에 돌려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길러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2일 세수 80세로 입적한 지관 스님이 2010년 4월 고향인 포항을 방문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종무행정의 최고 수장 자리에서 있으면서 금석문(石文) 분야의 권위자로서 종단을 대표하는 학승이었던 지관 스님의 포항 방문당시 인터뷰 내용과 행적을 모아봤다. 지관 스님은 동국대 총장과 제32대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단 내 주요 소임을 두루 거쳤지만, 평생 검약하고 소탈한 성품을 오롯이 지켰다.

지관 스님은 당시 60여년만에 처음으로 고향인 포항을 방문해 사회복지법인에 복지기금을 전달하고 포항시청에 후배양성에 써달라며 장학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에게는 즉석에서 `인정포덕(仁政布德)·어진 정치로 덕을 베풀다`는 휘호를 써 전달하기도 했다.

또 `고향방문기념비`에 “65년전 집을 나와 입산한 후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고향땅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였다”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고는 고향이 많이 변했다며 “정말 많이 변했다. 길, 들판 등…. 사람은 태어나 나름대로 살다가 가는 것, 이런 변화 보고 부처님 말씀대로`재행무상(諸行無常: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60여년 만에 고향을 처음 방문한 소감 = 고향방문이란 것, 개인적인 일이다. 과거에 느꼈던 것 추억으로 감상하고 싶었던 뜻이다. 공직 내놓았기 때문에 마음놓고 올 수 있었다. 그동안 공무로 경주와 영덕 등 고향 인근을 지났지만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 오랜 세월 흘렀고 나이가 드니 고향 생각이 나는 것 같다. 고향마을에 저수지가 들어선다고 해서 매몰되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었다

△고향 청하면 유계리에 대한 기억 = 정말 많이 변했다. 길, 들판 등…. 사람은 태어나 나름대로 살다가 가는 것, 이런 변화 보고 부처님 말씀대로`재행무상(諸行無常: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을 느끼게 된다. 어릴적 아파 잠시 거처했던 법성사를 찾아가 보기도 했고 마을 면장과 주민들을 만나 환담도 나눴다. 아는 사람, 옛 내음은 없었다. 고향의 향수와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는 것 같다.

조계종 원로의원이던 지관 스님은 2005년 제32대 총무원장에 취임했으며, `원로`답게 종단의 안정과 화합의 기틀을 마련하고서 4년 임기를 마치자 평화롭게 종권을 이양했다. 그는 총무원장 재임시 조계종의 소의경전(근본경전)인 `금강경`을 표준화했으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완공 등 조계사 성역화,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충남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국제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간화선의 대중화 기반을 구축했다.

“물질만족은 끝이 없는 것이고 삶에 대한 만족은 스스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때까지 세상살이에 헐떡이고 늘 부족하다. 그런 삶은 별 의미가 없다. 모두 함께 앞서서 정신적인 안정을 지향하는 정신으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지관 스님이 생전 포항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부했던 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지관 스님은 1932년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에서 태어났으며 19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의 율사였던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운허 스님 문하에서 수학한 이후 경남대와 동국대 대학원을 나와 동국대 선학과 교수, 동국학원 이사와 감사,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조계종단에서 최연소 강사(28세), 최연소 본사(해인사) 주지(38세), 최초 비구 대학총장(1986년·동국대)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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