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인들 사이에서 숨은 멘토로 알려진 저자는`현대인의 마음치유`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당신 인생의 가장 큰 서원으로 삼아왔으며, 이 책은 바로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마음공부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입증됐지만, 무엇보다 10여 년간 원불교라는 거대 종단을 이끌면서 보여준 굳건한 리더십과 구체적 활동상, 다양한 시국현안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수십 년간 당뇨와 간경화라는 양극의 병을 몸에 지닌 채 유지해온 건강과 자상한 인품으로 대변되는 저자 개인의 삶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자연계의 변화를 제외한 세상사 모든 일은 결국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그 개개인의 마음, 마음들이 모여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지금까지의 모든 인류사가 그렇게 이뤄져왔다. 다시 말해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체들이 어떤 마음을 내느냐에 따라 역사는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바뀔 수도 있다. 남북문제부터 환경문제, 우리가 코앞에 두고 있는 온갖 시국현안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의 마음 하나를 고쳐먹는 일은 나의 흥망성쇠와 생로병사와 행·불행을 넘어 세상사까지 좌지우지하는 일생일대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는 지금처럼 중요한 시국일수록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마음주권을 회복해야 하는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거듭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마음의 원리와 마음 주권을 회복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남은 것은 수행뿐이다. 절수행, 좌선수행, 위빠사나, 요가수행, 수식관, 참선수행…. 온갖 수행법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쇼핑하듯 수행현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심해지면 마음병이 수행병으로 옮아갈 조짐도 보인다.
`나에게 맞는 수행방법`과 스승은 따로 있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의 과제는 강을 건너는 것(깨달음)이며, 이때 어떤 배(수행법)를 탈 것이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속세를 떠나 조용히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 저자는 크게 우려한다. 결국 마음공부는 이 세상에서 더욱 잘 살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 세상 속에서 수행하지 않는 것은 운전연습을 위해 거리로 나가기를 거부하는 것이며, 수영을 배우기 위해 물가로 나가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사건과 경계를 마음공부의 소재로 삼기 때문에 일상과 수행을 구분하지 않는다.
또한 영성과 육체의 동시 단련, 정기훈련과 상시훈련, 일 있을 때와 일 없을 때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세분화한 것이 마음공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어느 한쪽만을 고집할 때 조각인격을 낳을 수 있는 우려를 애초에 차단하여 누수가 없도록 철저히 막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수행법을 취하든, 마음공부인이라면 누구나 배워야 할 기본기를 담고 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