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지금 당장 영화 `부러진 화살`의 상영금지 소송을 내야 한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재판부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영화 부러진 화살 제작자와 감독 등을 고소해야 한다.
한 편의 영화로 사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재판이 희화화되고 판사들이 국민의 조롱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 영화가 사실을 근거로 제작됐다고 거듭 밝히면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했다. 영화가 사실이라면 사법부는 국민앞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아니라면 당장 영화의 상영금지 소송이라도 내야 한다. 대법원이 성명서를 냈지만 파장을 생각하면 성명서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영화는 2007년 1월 발생한 김명호 성균관대 전 교수의 석궁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재미를 에피소드로 곁들여 제작됐다.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김 전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해임무효) 민사소송을 냈으나 잇따라 패소한다. 김 교수는 판결에 항의하며 항소심 판사 집에 석궁을 들고 찾아간다.
영화 속 재판은 김 전 교수의 석궁 위협(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 형사 재판 항소심이다. 영화는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는 김 교수의 석궁 위협 사건에 포커스를 맞췄다.
영화속 재판에서 김 전 교수와 그의 변호사는 줄기차게 피해자인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재판장(박홍우 부장판사)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신청한다. 그리고 석궁이 제대로 발사되었다면 피해자의 상처가 2cm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부러진 화살의 존재 여부를 묻고 있다. 석궁을 제대로 발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살이 부러졌고 이를 검찰이 감추었다는 주장에서다. 또 속옷과 양복 조끼에 뭍은 핏자국이 와이셔츠에는 없었는지 감정을 요구한다.
영화 속 재판을 지켜보는 내내 불편하다 못해 울화통이 치밀었다. 영화 속 재판장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증인 채택 요구를 무참히 기각했고 공판검사는 이미 재판 결과를 알고 있는 듯 공판에 무신경하다. 영화 속 법정은 이미 재판 아닌 개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재판정이, 우리 사회 정의의 보루라 할 사법부가 이렇게 국민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영화 속 재판이 사실이라면 법원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였다. 사실은 이 재판이 이미 9차례의 1심 재판을 거친 항소심이고 1심에서 증인이 채택돼 대질 심문까지 벌였음을 영화 어디에도 암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관객의 흥분도를 높이기 위해서 피고인의 증인 신청을 의도적으로 까뭉개버리는 대중영합주의에 서슴없이 손을 내민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데 있고 영화는 끝머리에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당시 변호인은 지방에서 개업중이고 담당 판사는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관객들의 염장을 지른다.
법조계에서는 “보통 형사재판 항소심에서는 증인을 잘 채택하지 않는다. 더구나 현직 부장판사가 피해자인 사건에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며 영화적 재미를 위해 항소심만 강조했음을 상기시킨다. 말하자면 장편소설의 한 대목만을 영화화한 셈이다.
법원으로서는 앞으로 많은 재판 관련 유사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일일이 기록을 내놓고 대응할 수도 없어 아예 무시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고보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의 성명은 영화의 사회적 파장이 무시하기에는 너무 커지고 있는데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 이런 영화 제작 풍토를 만들었고 1%에 대한 99%의 적개심의 표출이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기자만의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