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의 조선여행`
이방인들에게 조선과 식민지 근대는 어떤 나라였을까?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조선에 와서 무엇을 보고 느꼈으며, 그들의 기록엔 우리의 어떤 모습이 그려져 있을까? 이번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에서는 바로 그러한 것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규장각 교양총서 제6권으로 나온 이번 책은 조선초기부터 근대시기까지 조선을 다녀간 이방인들의 여행을 다루고 있다. 세종 시기 명나라 칙사들부터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사행과 같은 국가간 사신 왕래들부터 하멜로 대표되는 표류, 학술조사 차 배를 타고 건너온 학자들의 여행까지 다양한 형태의 여행기록을 전문가들의 꼼꼼한 사료검토와 풍부한 상상력 및 관련된 도판으로 입체적으로 다뤘다.
17세기 네덜란드 선원 36명의 조선 생존기를 담은 하멜(1630~1692) 일행 표류기, 유럽의 몰락한 귀족 후손에서 조선 참판으로 도약한 묄렌도르프(1848~1901)의 인생 유전, 스웨덴 동물학자 스텐 베리만(1895~1975)의 조선 생물 탐사기 등이 다양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실렸다.
조선시대에는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인조차 함부로 들어와 사는 것이 금지됐고, 합법적으로 우리 땅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제한돼 있었지만, 조선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꽤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외교와 문화 전파의 통로이기도 했던 중국의 칙사와 일본 통신사가 대표적이다.`조선왕조실록`을 꼼꼼히 독해해 명나라와 청나라 칙사들의 유형과 방문 행태, 그리고 조선 측의 접대 방식을 통시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중화 체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면, 임진왜란 직후에 굳이 한양에 입성하겠다는 일본 사신 일행에 대해 책임지고 접대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적국에 대해서도 예를 다하는 조선의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규장각은 조선의 22대왕 정조가 즉위한 해(1776)에 처음으로 도서관이자 왕립학술기관으로 만들어져 135년간 기록문화와 지식의 보고寶庫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다. 그러나 1910년 왕조의 멸망으로 폐지된 이후 그저 고문헌 도서관으로서만 수십여 년을 지탱해왔다. 이후 1990년대부터 서울대학교 부속기관인 규장각으로서 자료 정리와 연구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고, 창설 230년이 되는 지난 2006년에 규장각은 한국문화연구소와의 통합을 통해 학술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되살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규장각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국보 지정 고서적, 의궤와 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 유산, 그 외에도 고문서·고지도 등 다양한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어서 아카이브 전체가 하나의 국가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문헌에 담긴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그동안 한국학 전문가들이 모여 최고 수준의 학술연구에 매진해왔다. 최근에는 지역학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서 한국학의 세계화, 그리고 전문 연구자에 국한되지 않는 시민과 함께하는 한국학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학술지 `한국문화``규장각``Seoul Journal of Korean Studies` 등을 펴내고 있으며`한국학 자료총서`(총3권) `한국학 연구총서`(총18권) `한국학 모노그래프`(총40권) 등을 펴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글항아리 펴냄, 규장각한국학연구원, 432쪽, 2만3천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