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가 꺼진다. 소멸의 그 깊은 난간으로 나를 데려가 다오. 장송(葬送)의 바다에는 흔들리는 달빛, 흔들리는 달빛의 망토가 펄럭이고, 나의 얼굴은 무수한 어둠의 칼에 찔리우며 사라지는 불빛 따라 달린다. 오, 집념의 머리칼을 뜯고 보라. 저 침착했던 의의(意義)가 가늘게 전율하면서 신뢰(信賴)의 차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시방 당신이 펴는 식탁(食卓) 위의 흰 보자기엔 아마 파헤쳐진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쓰러질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 자의식의 세계를 서술적으로 보여주는 좀 난해한 작품이다. 램프가 꺼진다는 것은 밝음에서 어둠으로의 변화이고 그것은 내면세계의 어두움의 시작이다. 곧 음산하고 처절한, 끝없는 추락과 절망의 세계를 언어로 조직해 내고 있다. 현대인들의 절망이나 고독한 감정을 무의식의 내면세계 표출이라는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