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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답을 듣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3-16 21:27 게재일 2012-03-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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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
▲ 김수환 추기경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인사 나누는 모습. /평화신문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이며 이 시대 최고의 신학자이자 지성인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그와 독일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페터 제발트가 대담한 내용이 책으로 출간됐다. 이는 교회 역사상 최초의 교황 대담집으로, 독일의 헤르더 출판사는 이를 “교회의 신기원”이라고 했다. 교황이 털어놓는 교회와 사회의 위기, 그 문제점에 대한 생각과 그동안 궁금했던 그에 대한 사사로운 이야기가 베일을 벗게 된 것이다.

페터 제발트는 원래 반가톨릭적인 심층 기사를 써서 명성을 날린 인물이다. 교황이 추기경으로 있었을 당시 그를 비판할 목적으로 대담을 청했는데 그는 그 대담을 계기로 가톨릭교회로 회귀했다. 그 이후 꾸준히 교황과 인연을 맺어 왔고 이번에 교황에게 청한 대담이 성사된 것이다.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뒤를 이어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서 세상의 높은 존경과 주목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의 재위 5년여를 되돌아보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톨릭 사제의 성 추문 사건은 사회적 충격과 함께 교황에게도 큰 고민을 안겨 줬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한 윌리엄슨에 대한 파문 철회는 유다인들과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한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의 연설은 심각한 논쟁과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을 불러 사상자까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외에도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과연 교황은 어떠한 이야기를 할까?

`휴식을 바랐던 고령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이 된 순간 심정은 어떠했을까?` `가톨릭교회의 최고 목자가 된 뒤로 신앙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교황은 여가 시간에는 수단 대신 스웨터를 입기도 할까?` `급여 통장은커녕 서류 가방 하나도 없다는데 사실일까?`

`세상의 빛`(가톨릭출판사)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시대의 징표들`에서는 위와 같은 교황 개인에 대한 소소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성 추문 사건과 상대주의 독재, 환경 파괴와 세속주의로 인한 지구 전체에 걸친 재앙 등에 대해 교황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드러낸다.

특히 성 추문에 대해 교황은 이 가슴 아픈 사건을 정화의 계기로 삼아, 사제들이 서로 살펴 주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신자들에게는 참빛이신 그리스도와 살아 있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교황은 또한 차별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동성애라든가 여성의 성직 서품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

제2부 `교황의 직무`에서 대담자는 진정한 교황의 모습에 대한 성찰, 교회의 내적 쇄신을 위한 노력,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과 이슬람과의 대화에 대한 성과와 방향, 회칙과 교서, 훈령에 대한 설명과 그 의미, 사목 방문에서 받은 인상들에 대한 교황의 입장을 끌어낸다.

그래서 특히 성 추문 피해자들을 방문하고 위로한 일, 세계 청년 대회에서 받은 감동, 유럽과 북미에서 언급되는 교회의 위기 속에서도 새롭게 일어나는 신심 운동, 아프리카 사목 방문에서는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한 교회의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된다.

제3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는가?`는 우리 삶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일과 교회의 역할에 대한 대답이다. 게임과 도박, 포르노 중독 같은 병, 효율성의 극대화만을 노리는 대기업, 그에 시달리는 노동자, 가족 관계의 상실로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 도덕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드는 대중매체, 과학만을 맹신하는 세태…. 우리의 가치와 척도는 방향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복음화임을 교황은 언급한다. 피임, 성체성사에 대한 배타성, 사제 독신제와 여성의 사제 서품, 동성애에 대한 입장과 교회의 쇄신, 그리고 그리스도의 재림과 성모님의 메시지, 복음을 바탕으로 한 종말론과 최후에 대한 이야기로 대담은 마무리된다.

가톨릭출판사 펴냄, 페터 제발트 대담 및 정리, 정종휴 번역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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