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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의 정치학

등록일 2012-03-16 21:27 게재일 2012-03-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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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서울지사장

일명 `고대녀`로 불리는 통합진보당의 한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했다.

설상가상,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제주기지 건설단장인 한 장성에게 “정권이 바뀐다”며 엄포를 놨다.

“해군에 간 우리 장병은 전부 해적이고 그 장병의 부모 형제는 전부 해적의 부모형제란 뜻이냐”며 국방부와 해군은 즉각 정면대응했고 정 고문의 발언은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강정마을을 직접 찾아 “제주도는 4·3의 아픔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오늘 폭파로 제주도민의 마음에 또다른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야권연대를 이뤄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된 이른바 `강정마을 정치이슈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현지에서는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격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6대 대선당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도룡뇽`을 정치이슈화한 상황과 진배없다.

당시 공사반대 및 노선변경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선 지율 스님, 급기야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노선변경을 지시, 공사가 2년여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구간의 도룡뇽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결국, 도룡뇽은 당시 대선정국에서 정치이슈화의 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런 와중에 가수 김흥국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 대사관 맞은편에서 중국정부의 탈북동포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김흥국 외에도 국내 연예계에 탈북동포 강제북송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던 이 문제가 국제적인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공식 첫 거론한 인물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다.

그는 중국 내 탈북자의 북송을 막기 위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11일간의 단식 농성 끝에 실신, 병원으로 실려갔다. 농성현장에 코빼기를 내민 정치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박 의원은“야권이 입만 벌리면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탈북자 인권에는 침묵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탈북자의 인권에 침묵하는 것은, 탈북자를 죽이고 고문하는 반인륜적인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아원 어린이 30여명이 집단적으로 탈북했다가 20명은 국경에서 붙잡혀 엄청나게 매를 맞았다. 특히 탈북자는 3족을 멸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한다. 설상가상 한 탈북여성이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짐승처럼 폭행당하고 있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우리가 왜 탈북자문제에 대해 냉소적이어선 안되는지를 공감하게 한다.

그런 박 의원에게 좌파 성향 네티즌들은 “정치 쇼”라며 야유를 보냈다.

탈북자의 인권이 천성산 도룡뇽보다, 제주 강정마을보다 못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런 시각이 아니라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이슈화 꺼리로 `깜`이 안된다는 판단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격한 갈등속에 총선 공천자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예비후보 어깨띠를 두르고 선거구내에서 도룡뇽 한마리에도 관심을 보이고 공약을 쏟아냈던 후보들은 공천탈락후 종적을 감췄다. 거리 곳곳에서 유권자들을 하늘처럼 받들 것이라던 그들중 상당수는 낙천의 인사말 한마디없이 사라졌다. 자신이 필요할때는 도룡뇽 한마리도 소중하고, 정치적인 이슈로서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한국의 정치행태는 여전히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재오 의원은 새누리당의 공천이 감정·보복공천이라며 `산은 한 줌의 토석조차 사양하지 않았기에 거대한 태산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말에도 꼼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권은 자신에게 필요한 한줌의 토석만을 얻기 위해 태산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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