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권의 문화보국` 김영사 펴냄, 조태권 지음, 304쪽, 1만3천원
저자 조태권은 지난 20년을 한식 세계화에 `미친`시간이었다. 가업으로 광주요를 물려받은 뒤, 도자기를 알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그리고 음식을 대접할 최고급 식당을 만들었다. 식당의 이미지를 연출할 전통 벽지를 개발하고 마지막으로 전통주를 개발했다. 그에게 한식은 단지 음식이 아닌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이었다. 이런 과정의 그 이야기를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이 책에 묻어있다.
처음 한식을 전파 할 당시,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는 조롱을 들었던 생활 도자기 개발과 함께 찬사와 비난을 한꺼번에 받아야 했던 최초의 고급 한식당 `가온` 의 오픈 등 저자 조태권의 인생은 한식 세계화에 온전히 바쳐졌다. 지난 24년간 그가 한식 세계화에 쏟아 부은 돈은 무려 600억원에 이른다. 물려받은 가업이나 조용히 경영할 것이지 무모한 짓을 한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의 도전으로 한식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이 깨지기 시작했고, 우리의 문화가 명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불모지였던 한식 문화 사업에 거대한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이 땅에 태어나 살아오면서 수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이제 그 혜택을 이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길을 가고 있다. 문화란 이 땅의 후손들이 누리며 살아가고, 다시 그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보물이다. 그것이 `문화보국`의 의미이다. 그걸 알기에 나의 도전은 멈추지도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한식 세계화`라는 말은 이제 식상해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지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은 아직 없다. 나 역시 보고 배울 선례가 없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길이 우리 민족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나는 내게 주어진 소명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걷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특권인 동시에 굴레이기도 하다. 중국의 노신이 말했던가. 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걷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걷는 사람 뒤에 그 뜻을 이해하고 뒤따라 오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길은 만들어진다. 지난 20년간 나는 `한식 세계화`라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이제 한식 세계화를 우리 모두가 함께 걷는 공로(公路)로 만들고 싶다고 소개했다.
책을 낸 동기에 대해 저자는 “나는 음식에도 서열이 있고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고 사람들의 의식을 개혁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인성교육과 감성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이뤄지며, 그 밥상 위의 음식에 거꾸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진리. 그것을 알고 나자 혼자 가슴에 품고 있기에는 너무도 벅차고 절실했다. 그 절실한 깨달음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황태진기자 tjhwa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