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추상미술 선각자 남관 탄생 100주년 회고전
청송 출신의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각자 서양화가 남관(1911~1990·사진)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상형문자 같은 독특한 형상으로 표현해온 남관 화백은 1966년 프랑스의 망통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계 화단에 이름을 날렸다.
오는 10일부터 22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이원 전시로 마련되는 이번 탄생 기념특별전에는 남관 화백의 50년 화업을 정리한 화집 `念像幻想-남관의 예술과 생애`도 함께 출판돼 그의 한국 미술사적 의미를 재조명해 보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50년 화업` 화집 `念像幻想-남관의 예술과 생애`도 출판
이번 기념전에는 유족과 개인소장가 등이 출품한 작품 총 120여점이 전시 된다.
1940년대 `호박(1945)`과 `향원정(1947)`을 비롯해 1954년 도불이후 추상적 미술양식을 보였던 `파리야경(1955)`과 `허물어진 고적3(1963)`, `역사의 흔적(1963)`, 1966년 망통 비엔날레에서 대상 수상 후 귀국해 제작된 작품 `옛 형태(1972)`, `회고(1980)` 등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미술관 1층 중앙홀에 전시된 `흑백상(1984)`은 가로 720cm의 대형 작품으로 남관의 예술생애에 있어 최고의 절정기에 이른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별관 전시실에는 수묵 드로잉과 수채화, 펜화, 판화, 과슈화 등 50여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에 있어 무엇보다 큰 특징은 색채적인 면을 수 있다.
그의 초기작품에는 어두운 화면에서 벗어나 점차 밝아지며 독특한 기법으로 오랜 시간의 경과와 흔적의 시각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얼룩이나 발묵, 드리핑, 데깔코마니, 꼴라쥬, 데꼴라쥬 또는 네거티브 꼴라쥬 기법의 작품들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동양의 전통 색채인 쪽빛의 풍부한 감성과 무한한 깊이는 남관 예술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요체의 색채로서 신비와 영원, 불멸을 상징으로 표현돼지고 있다.
1911년 11월25일 경북 청송군 부남면 구천리에서 태어난 남관이 한국미술사에 주는 의의는 인간의 희로애락, 생명의 영원성 등을 정제되고 세련된 색채에 담아 인간상을 마치 상형문자와 같은 형상으로 표현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비극적 체험의 실존적 내면세계로 마스크와 상형문자와 같은 기호화된 인간형상, 꼴라주의 다중적인 효과의 독특한 마티에르 그리고 청색을 주조로 한 서정적이며 동양적 신비의 색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양의 정신과 문화적 전통을 서양화 기법을 통해 현대적인 추상회화로 발전시켰다는 점과 당시 세계미술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파리에서 동양의 정신과 자신의 체험을 서양의 추상기법과 재료를 통해 독자적인 심상적 추상세계를 표현을 통해 국제 화단에서 당당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당시 국내 미술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 작품 경향과 수상경력이었다. 1958년 살롱 드 메의 초대를 시작으로 5차례의 초대출품과 1966년 망통비엔날레에서의 대상 수상은 이후 유럽의 유명화랑과 미술관의 개인전과 초대전으로 이어져 한국미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독창성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점은 남관이 얼마나 세계적인 작가였는가를 보여주는 업적들이다. 이는 한국 현대 미술사상 처음으로 국제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그의 미술사적 의미를 크게 들 수 있다.
남관 화백은 일본 태평양 미술학교를 졸업(1937)하고, 프랑스 파리의 아카데미 드라그랑드쇼미에르에(1955) 입학, 추상미술에 몰입했다.
1958년 한국인 화가로는 처음으로 살롱 드메에 초대됐고, 이어 H. 아르퉁, A. 마네시에 등과 함께 플레브 화랑 초대전에 참가해 국제적인 화가로 인정받았다. 일찍이 세계적인 평론가 가스통 디일로부터 “동·서양 문화의 어느 일부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둘을 융합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대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남관은 국전심사위원, 한국미술대상 심사위원, 홍익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한편 수성아트피아가 주최하고 청송군과 대백선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특별전은 대구 전시에 이어 청송에 순회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문의 (053)420-801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