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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 거장들에 대한 성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4-06 21:40 게재일 2012-04-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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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 민음사 펴냄, 밀란 쿤테라 지음, 힌용택 번역, 240쪽
밀란 쿤데라가 `소설의 기술`(1986), `배반의 약속`(1993), `커튼`(2005)에 이어 네 번째 에세이를 펴냈다. 바로`만남`(민음사)이다. 전작들이 쿤데라 소설의 정체성, 중부 유럽 소설의 현재 위치, 나아가 소설이라는 예술 장르의 의미를 말하고자 했다면 `만남`은 쿤데라 인생에 잊지 못할 방점을 찍어 준 예술가, 혹은 예술 작품들과의 “스파크고 섬광이고 우연”인 만남들, 작품 발문을 인용하자면 그의 “성찰과의, 추억과의, 오랜 주제와의, 오랜 사랑과의 만남”들을 소개한다.

쿤데라가 경탄한 작가 베케트, 브로흐, 이오네스코, 말라파르트, 쿤데라와 교류했던 동시대를 움직였던 작가 르네 데페스트르, 카를로스 푸엔테스, 루이 아라공 뿐만 아니라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작곡가 야나체크 등 쿤데라와 여러 거장들과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또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세기의 천재들` 자료에 따르면 이 천재들이란 코코 샤넬, 마리아 칼라스, 프로이트, 마리 퀴리, 빌 게이츠, 피카소, 이브 생로랑, 록펠러, 큐브릭, 토머스 에디슨 등이다. 쿤데라는 이 명부가 “매우 분명하게 현실적인 변화를 예고했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문화의 천재들을 조금의 후회도 없이 멀리 내친 것이다. “세기병과 도착증, 그리고 그 죄악과 함께 모두 명성이 더러워진 문화적 우두머리들”보다 “코코 샤넬과 그녀 드레스의 순수함”을 사람들이 선호한 것에서 쿤데라는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만남`에서 쿤데라가 주목한 화가는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쿤데라는 미셸 아르솅보의 제안으로 한 잡지에 베이컨에 대한 에세이를 썼고, 베이컨은 이를 읽고 “스스로를 발견한 드문 글 가운데 하나”라고 전해 왔다고 한다. `만남`에는 바로 그때의 에세이와, 훗날 덧붙인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쿤데라는 베이컨의 뮤즈였던 여인 헨리에터 모레스의 초상 삼부작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 쿤데라는 베이컨의 초상화가 `자아`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두고는 “소설 예술의 극치인 동시에 소설의 시대에 보내는 작별 인사”라고 평한다. 뿐만 아니다. `백조의 날개`를 쓴 아이슬란드 소설가 구드베르구르 베르그손, 스페인 작가 후안 고이티솔로, 루마니아 출생 그리스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등 어쩌면 국내 독자들에게 약간은 낯설지도 모를 예술계 거장들이 쿤데라의 눈과 귀와 손을 거쳐 독자들을 매혹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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