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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있다고? 그럼 투표해야지

등록일 2012-04-09 21:28 게재일 2012-0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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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인 지난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고작 46.1%. 역대 최저였다. 대구는 45.1%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고 그나마 경북은 53.0%였다. 1992년 14대 총선 때만 하더라도 전국 투표율이 71.9%를 기록했다. 그러던 투표율이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을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에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투표율을 떨어뜨린다고 단언한다.

최근 회사의 행사 뒤에 식사를 같이 하는 뒤풀이 자리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상공인, 교육계, 사회단체, 의사, 회사원 등 다양했다. 처음엔 학교 급식이 화제로 올랐다. 전면 무상급식이 되어야 한다, 급식도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면 재정이 부족해 정작 필요한 곳에 쓸 돈이 모자란다. 전면 무상급식은 점차 늘려가야 한다. 아니, 그렇다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의 자식들이 오히려 무상급식에서 제외되어서야 되겠나?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화제가 자연스럽게 정치로 비화했다.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화제를 돌리지 않았으면 분위기가 어색해 질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영국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점잖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정치 얘기는 화제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만큼 정치적 관심이나 지지는 개인의 성향일수도 있고 지극히 개별적인 영역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서 투표율이 낮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길이 막혀도, 고기가 안 잡혀도, 장사가 안 돼도, 큰 사고가 나거나 날씨가 안 좋아도 정치와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네 풍토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정권과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정치적 무관심이란 정치를 잘 해서 생길 수도 있고 정치에 실망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긍정적인 면에서의 정치적 무관심이란 정치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이 있으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거부할 수 있는 여유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긴급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없어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성향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란 이런 긍정적 관점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오히려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 불만, 정치권력에 대한 나 자신의 무력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사회와 정치로부터의 소외감이다. 여기서 느끼는 소외감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확대된다고 사회학자들은 진단한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젊은 층에서 생기는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는 자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반 23명 중 나와 내 친구 단 둘이 반장 후보로 나섰다. 나는 친구를 찍었다. 물론 친구도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12표를 얻은 친구가 반장에 당선되고 11표를 얻은 나는 떨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친구를 찍지 않고 나에게 투표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 오래전 읽었던 초등학교 반장 선거 글짓기가 생각났다.

많은 선거를 해봤고 내가 투표한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했고 떨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왜 저런 선택을 할까” 불만도 가졌다. 왜 사람들이 저런 선택을 할까? 왜 꼭 당선돼야 할 후보가 떨어졌을까? 그러나 지금은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더 많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내 생각이 다수의 생각과 늘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선거란 절대 선을 찾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수록 나와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투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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