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고층 주거의 발달과 논란 2

등록일 2012-04-17 21:10 게재일 2012-04-17 19면
스크랩버튼
▲ 구자문 한동대 교수

건설업계에 오래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사촌형이 중동지역에서 공사감독을 할 1970~1980년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석유부자 나라들이니 한국업체들로 하여금 고속도로만이 아니라 아파트며 주택들도 현대식으로 건설해 줬는데, 막상 사람들은 적응을 못 해서 밤에는 가축들을 방에 들여놓고 자기들은 옥상에서 잔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천막집에서 밤에는 시원하게 별을 보며 자는 게 그들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라나!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다. 처음 입주한 아파트에서 양변기 사용을 몰라 앞뒤로 앉아 본다거나 아예 습관대로 발을 딛고 올라갔다는 일화는 누구나 한 번쯤 들은 바 있다. 그 당시에는 목욕탕 욕조도 일 년에 한번 김장할 때 배추절임 용도로 썼었고, 집집마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는 가마니에 싸인 김칫독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서 이러한 문제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들이 좀 더 지역문화에 맞게 그리고 각 주호의 쓰임에 막게 설계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우리가 모두 미국화 내지 유럽화 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으며, 아파트 형태가 일자형에서 타워형 등으로 변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파트 형태는 물론 아파트 내부의 각 유닛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우리의 아파트 시장이 선분양 후 공급체계에 입주인의 자의적인 의견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차차 입주인의 필요에 따라 구조가 바뀔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MIT 교수였던 네덜란드인 `하브라켄`은 주거공간 구성의 유연성을 내세웠고, 주거가 지어지더라도 10년, 20년 후 필요에 따라 집안의 구조를 바꿀 수 있게 하기 위한 `SAR Theory`를 제안했다. 이 이론 및 방안에 따라 사람들은 주거 평면을 필요에 따라 건설시기부터 차별화시킬 수 있고 추후에도 손쉽게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건설회사들이 추진하는 것이 80% 정도는 건설회사가 공통으로 건설하고 나머지는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꾸미는 것이다. 또한 홍콩의 경우처럼 10년이나 15년 후에는 두 개 집을 하나로 합하거나 각 집의 평면을 손쉽게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 미국과 같이 단독주택에 거주함을 국민의 염원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 한국은 그럴만한 땅도 없고, 현재는 대도시도 확산보다는 압축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할 시대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도심을 압축적으로 꾸미고, 교외의 소도시나 타운들도 정거장 등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대중교통망으로 네트워크화시키는 것이다. 인프라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도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도 압축도시를 추구해야 하고 고밀도주거 개발이 요구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 포항의 경우도 도농통합시로서 도시지역은 매우 넓지만 대부분의 개발이 도심재생과 아울러 교외의 교통요지를 중심으로 제한된 개발을 해나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이왕 있는 교외의 독립된 읍면 소재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을 교통시설을 통해 네트워크화하여 도시 자체를 `네트워크화된 단핵 압축도시` 형태로 가꾸어가자는 것이다. 물론 포항이 100만 이상의 대도시로의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다핵도시`로서의 좀 더 다른 스케일의 계획이 요구될 것이지만…

물론 압축도시라 하여 고층의 아파트만을 지으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있는 역사유산들과 단독주택 동네들을 보전하면서도 정거장 등을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하여 더 이상의 도시확산을 막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주택단지 내지는 신도시 사업을 위해서 도심인근의 대지를 놓아두고 개구리 뜀뛰기 식으로 교외로 확산되어 나가는 경향이 컸었다.

고밀도 개발을 하게 되면 도시의 혼잡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이 해결해 내야 할 것이다. 물론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기도 할 것이다.

구자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