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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에 생명의 싹 틔우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4-23 21:12 게재일 2012-04-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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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정금씨 25~30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서 개인전
▲ 서양화가 김정금씨

포항에서 활동 중인 여류 서양화가 김정금씨가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4전시장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사물의 정원`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 김씨는 기억과 물질, 이 두 상이한 세계를 조형적 방법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작가는 기억한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해답을 갈구하던 때에, 우연히 열게 된 화장대 서랍장은 답을 주었다. 정리되지 않은 서랍장 안에 질서없이 흐드러져 있는 많은 오래된 물건들이 불현듯 자신을 찾게 해주었다.

닫혀있던 공간 내에 움츠리고 있던 시간의 흔적이 자신에게 튕겨 오르듯 안겼을 때, 귀중한 답을 준 것은 다름 아닌 낡은 물건들이었다.

귀중한 깨달음을 준, 오래돼 보잘 것 없는 외형을 지닌 `퇴물`들이었던 것이다. 김정금의 최근 작품들인 `사물의 정원`시리즈는 퇴물들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로 그 이용가치가 다해서,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잡동사니의 집합을 작품의 소재로 택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존재의 흔적 자체로서의 기억과 이를 통한 현 존재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듯, 또한 의식의 지속성과 연속성에 대한 조형적 표현을 해내듯 자신만의 의미를 엮어낸 듯 하다. 의식의 지속성과 연속성은 베르그송적인 생철학이 설명하는 지속성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의 동시적 공존`에 대한 베르그송적인 사유가 은유와 상징으로 김정금의 작품에서 드러나고 있다.

▲ 김정금 작 `사물의 정원`

캔버스가 물건들로 가득하다. 빈틈없이 다양한 물건들로 즐비하다. 특정한 종류의 물건들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들 - 빗, 단추, 동전, 카드, 연필, 볼펜, 영수증, 손톱깎이, 메모지, 다 쓴 화장품 통, 주민등록증, 빛바랜 사진 등이 화폭을 온통 장식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들을 함께한 이 물적 산물들이 지난 세월의 흔적처럼 그림에 담겨 있다.

`사물의 정원`시리즈는 실제 사물뿐만 아니라 판타지한 공간, 화장대, 서랍장, 욕조 등을 가득 채운 화장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해 그것을 매개체로 과거, 현재, 미래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하얀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덧입히고 팝아트의 대중성을 접목하고 어릴 적 감성과 색깔 사이로 추억이 들어가니 표현의 색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평면화된 작품이 화려한 원색의 대비를 이뤘다.

단순한 그림은 여백의 미를 생각하고 사유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그녀의 작품은 전면회화(All-over)적 구성을 가졌지만 사물의 친근성으로 인해 넉넉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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