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인 건물관리인으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임대료를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주었다. 그리고 장사도 땅 짚고 헤엄치듯 독점적으로 잘 해 먹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오히려 뇌물을 주었다고 덮어씌우다니. 명절 때 과일 상자며 행사 때 선물을 받긴 했지만 그것이 낱낱이 기록돼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는 데는 창피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했다.
“처음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하필 내가?” IMF이후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정리해고 할 때였다. 당시 많은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정년을 몇 년 남겨두고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 사실을 통고받는 순간 항의하고 집단 반발하고 투쟁하기도 했다. 회사에 청춘을, 인생을 송두리째 바친 대가를 생각하면 억울하고 배신감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쪽에선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많았고 그런 모습들이 언론에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했다. 항의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억지로 회사에 붙어있겠다고 비는 것은 회사에서 쫓겨 나간다는 불명예보다 더 쪽팔리는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한 해직자는 “25년을 봉사했다. 크게 돈을 모아둔 돈도 아니고 사놓은 땅도 없지만 사실은 그동안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았다. 그러면 오히려 회사에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는 실토는 지금도 이 땅 어디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시나리오다. 그냥 못가진 자, 약한 사람의 가진 자, 힘 있는 사람에 대한 패배주의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을 외면한 면이 없지 않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일본 기업 내쇼날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 이야기.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포 점원으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모든 악조건들을 자신을 키우는 자양분으로 만들어 13만명의 종업원을 둔 대기업의 총수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이 세 가지를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평생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다. `가난`, `허약한 몸`, `못 배운 것`이 마쓰시다의 자수성가 조건이다. 남들이 불평의 조건으로, 또는 약점으로 받아들이는 것들을 되레 감사의 조건으로 만들었다. 가난했기에 부지런히 일했고, 몸이 약했기에 건강의 소중함을 알아 몸을 아꼈고, 못 배웠기에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배었다는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은혜라는 것이 생각 하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중국 고승의 가르침에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교만해져 건강을 해치기 쉽다. 그래서 선인들도 병고로써 약을 삼으라”고 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포스코에서 불기 시작한 감사나눔 운동이라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포스코ICT에서 처음 시작한 이 운동은 포스코 전체를 거쳐 포항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직장 생활에 활력과 윤기를 더해주고 가정에 웃음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감사 나눔 운동이다. 감사는 먼저 나를 기쁘게 만들어준다.
감사가 가져다주는 나비효과. 감사야말로 나를 바꾸고 내 주위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나비효과의 전형이 되기에 충분하고 훌륭한 원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