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김형태 당선자는 어디있나?

등록일 2012-04-30 21:15 게재일 2012-04-30 23면
스크랩버튼
▲ 이경우 편집국장
총선이 끝나자 새로 뽑힌 선량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선거 기간의 겸손과 너그러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당선자들의 행보는 반경도 넓거니와 보폭도 거침없다. 당정협의회에서부터 지역 언론사를 시작으로 선거 때 도와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나누고 지역 자치단체를 비롯한 각급 기관도 찾아다니며 협조를 다짐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출세했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지역민들의 투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대표적인 출세의 잣대다. 공개적으로 자신을 발가벗고 공개재판을 받았기에 그 만신창이 뒤의 영광은 참으로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이 내놓고 출세를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지역민들이 대거 참석하는 각종 행사장이다.

대구지역 당선자 12명은 김범일 대구시장이 주최하는 당정협의회에 참석해서 선거 기간 동안의 고단함을 털어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12명이 몽땅 새누리당 일색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 속에 이들이 대구시장과 당정협의회를 갖고 상생을 모색한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에게는 지난 공천 과정에서의 앙금이나 선거 과정에서의 불협화가 모두 당선이라는 가마솥에서 용해된 듯하다. 미래만 있고 그 미래는 무지갯빛이고 합심하면 못할 일이 없어 보인다.

경산에서도 그랬다. 어저께 경산시 국회의원 당선자 최경환 국회의원이 6년만에 경산시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회를 갖고 상생을 다짐했다. 경산지역 도의원과 시의원, 그리고 경산시 간부공무원들이 최경환 의원과 당정협의회를 가진 것이다. 문경에서도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 달라 매사 앙앙불락하던 모습들이 선거를 통해 불식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간 정쟁으로 지역발전은 뒷전이고 서로 깎아내리기나 흠집내기로 지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곳이다. 이젠 새누리당 깃발아래 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언론은 전한다.

상주에서 열린 낙동강 자전거길 개통식에서는 현역의 성윤환 의원 대신 김종태 당선자가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진이 지역 신문마다 1면을 장식했다. 신문 지면으로 만나는 당선자는 기쁘고 바쁘다.

그런데 포항남·울릉 김형태 당선자는 이렇게 기쁜 시기에 어디에 가 있는가. 지난주엔 지역 일간지가 주최한 당선자 대회에 지역에서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형태 포항남·울릉 당선자의 모습은 보이지 았았다. 포항에서는 주말이면 초중고 동창회와 체육대회가 열리고 언론사가 주최하는 동빈내항길 걷기대회, 내연산 산행대회, 클럽 축구대회 등 각종 대회와 행사들이 개최됐거나 준비되고 있다.

이런 행사마다 내빈으로 지역 국회의원이 등장해서 축하도 해주고 또 시상도 해주는 것이 당선자에게도 폼 잡는 일이며 주최측에도 은혜를 갚는 게 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지역의 이런저런 행사에 얼굴을 비칠 수 없다면 그 당선자는 국회가 개원하면 과연 행세를 할 수 있을까? 전국 300명의 국회의원 중 한 명으로 지역을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고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행여 우리 몫이 작아지지나 않을까, 행여 찍어 준 포항시민들까지 얕잡아 보지나 않을까 포항시민들은 지금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한나라의 유방과 천하를 놓고 겨루던 초나라 항우는 “출세해서 고향에 가지 못하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탄했다. 그렇다면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얼굴을 내놓고 다니지 못한다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페리스코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