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휴일, 아침을 걷다

등록일 2012-05-01 21:34 게재일 2012-05-01 19면
스크랩버튼
▲ 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른 아침에 집주변을 산책했다. 평일이라면 부산해질 6시 좀 넘은 시간인데도, 휴일이라서인지 주변이 적막하다. 벚꽃이 지고 느티나무 푸른 잎들이 제법 풍성해졌음은 봄이 한창 무르익었음을 나타냄일 텐데, 올해는 계절이 좀 늦었다. 좀 따스해 지려나 기대 했지만 여러 차례 반복된 꽃샘추위에 올해는 진해벚꽃축제며 경주벚꽃마라톤이 꽃망울만 맺힌 채 치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었다.

아파트 담장을 따라 걷노라니 찔레넝쿨이 꽤 자라나서 작은 꽃송이와 함께 풋풋한 향기를 품어낸다. 이것은 핑크빛 철쭉이고, 저것은 보랏빛 라일락이다. 어린 이팝나무며 모감주나무도 푸른 잎을 피워내고 있다.

한동안 게을렀는데, 두어 달 전부터 주변을 걷기 시작한 것은 `몸에 약간 이상이 생겼다`는 절박한 신호에 따름이었다. 이년반전 이 신주거단지로 이사 오기까지 교외의 한 산기슭 마을에 살았는데, 휴일에는 동네친구들과 등산도 가고, 평일에도 아침 일찍 뒷산 송림 우거진 산책길을 걷곤 했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할 일 많다는 핑계로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다보니 혈압이 크게 상승했던 모양이다.

물론 병원에서 약간의 약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함께 받았지만, `이런 생활방식은 않되겠다`는 나름 심각한 다짐 속에 조금씩이나마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집에서 자전거도 타고 아령도 하지만, 가장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집 주변 산책으로서 일주일 몇 차례씩 저녁시간을 내어 30~40분, 때로는 한시간씩 걷곤 한다. 도심이 아닌 새로 형성된 주거단지라서 주변에 낮은 구릉 솔밭도 있고, 건물 사이 빈터들도 매우 넓어서 `공기 맑고 바람 시원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저녁 길을 걷다보면 차량통행으로 인해 매캐함을 느낄 때가 많다. 따라서 산책코스도 아파트 후면 한적한 곳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통량이 적은 휴일아침은 가고 싶은 곳 모두를 돌아 볼 수 있어서 좋다. 몇일 후면 개장한다는 대형마트도 있고, 요즘 문을 연 햄버거집도 있고, 가지각색 빌딩화사드의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이 있다.

이렇게 동네를 걷고 익히게 되면 이 동네에 대한 애착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마주치는 사람들과도 좀 더 다정히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서로 인사 나눔이 얼마나 상쾌한 일인가.

30년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은 중북부지방으로 북유럽 이민자들이 많은 곳인데, 길을 걷다 마주치며 누구든 살짝 웃으며, 하이! 굿모닝! 인사를 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미국도 지역에 따라 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도 서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고, 살짝 부딪히기라도 하면 죄송합니다! 사과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필자의 근무지는 창립 된지 20년이 채 안된 신생 대학교인데, 누구든 방문을 하고 좋은 인상을 받는 것은 학생들이 안녕하세요? 인사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이러한 모습이 국내외에 꽤 알려져 있다. 이러한 좋은 습관들이 우리의 시민운동으로 전개됐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들도 산책로 조성은 물론이지만, 일상을 자동차에 의지하지 않고 손쉽게 걸어 다니며 일을 볼 수 있도록 모든 시설들이 도보로 가깝게 잘 연결됐으면 좋겠다. 상쾌한 걸음이 되도록 보도블럭도 잘 깔리고, 주변의 가로수며 소공원도 잘 가꾸어지고, 스트릿퍼니처와 빌딩화사드가 지역의 특색에 맞게 매력적으로 꾸며지면 좋겠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길가에 작은 화단도 만들고, 빈터에 유채 같은 꽃씨도 뿌리고, 주변에 쌓여가는 쓰레기도 서로 도와가며 치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한 `동네의식`의 중요성이 개인주의적이라는 미국 등 선진도시들에서도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휴일, 아침 길을 걸으며 푸릇한 새싹과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 이 향기가 일년 내내 온 동네를 감싸주기를 기대해본다. 이는 동네 모든 이들의 `새마음운동`이며 `새마을운동`으로서 자발적이고 협동적인 노력 속에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구자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