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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니까 .... 손 현 숙

등록일 2012-05-02 21:39 게재일 2012-05-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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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오던 사람하고 살짝 한번 부딪쳤다

오래 쓰던 안경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쪽 다리 떨어진 안경

그만 버릴까, 주저하다 근처 안경점에 들렀다

안경점 남자는

이게 풀렸군요, 하면서

나사 하나를 돌려 박아 주었다

참, 간단하다

이렇게 감쪽같을 수도 있네요!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나사니까요, 한다

꼭꼭 조인 다음 보는 세상은

훤했다

말짱했다

언제부터 너는 내게 천천히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풀리기 시작했던 거다

나사니까

나사는 틈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부딪침은 관계의 균열에 이르는 단초가 된다. 그것은 결국 파열과 파국에 이르게 하고만다. 시인은 안경의 나사 하나에서 인간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나사가 풀려져나가 떨어진 안경을 버릴까 생각하다가 버리지 않고 나사를 끼워 그 관계를 복원하면서 사람 사이의 화해와 관계의 복원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사소한 얘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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