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는 정병국의 대규모 프로젝트 `몸`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1년간 그린 신작들로만 채워진다. 작가는 실재계와 상상계를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구상 회화를 그려왔다. 스스로가 기억의 저장소라고 부르는 파란 색을 바탕으로 쓰면서, 단순한 몇 개의 소재들을 툭 던져놓듯 묘사하길 즐긴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75년부터 영남대 회화과에서 교수로 재직해 온 정병국은 오랜 시간 동안 늘 현대미술의 첨단의 자리를 지켜왔다. 1970·80년대는 그의 그림이 모던한 경향으로, 1990년대 이후에는 포스트모던한 경향으로 읽어 내려는 시각이 평단을 지배해왔다. 한 작업을 이처럼 서로 다르게 보는 까닭 또한 그만큼 정병국 작가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현대 미술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번 전시 명인 `짙은 그림자`는 정 작가의 회화에 직접적으로, 혹은 일종의 정신적인 징후로 포착되는 그림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그림자는 그림에 묘사된 신체의 그림자라기보다 정신적인 그림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스스로 밝히길, 그림자는 실체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형상인 회화를 상징한다. 또한 그림자는 언어적인 유희로 그리움에 관한 작가의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 작가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인 대작은 이번에도 새롭게 선보인다. 정 작가의 이번 전시는 사립 갤러리(분도)와 공립 전시공간(봉산문화회관), 그리고 문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대안공간 세 곳(미정)에서 조금씩의 시차를 두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문의 (053)426-265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