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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우수상-박수연(복주초 4년)

등록일 2012-05-16 21:49 게재일 2012-05-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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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의 손`
나의 외할아버지는 왼쪽 네번째 손가락이 반이 잘려서 온전하지 못하다. 우리 외할아버지께 왜 잘렸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외할아버가 젊어셨을 때 우유를 배달하셨다고 한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집집마다 우유를 배달하셨는데 높은 건물에서 우유 상자를 나르다가 뾰족한 부분에 끼어서 네번째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고 하셨다.

그때 외할아버지는 피를 많이 흘리셨지만 병원에서 빨리 응급처치만 하고 가족을 위해 일터로 가셨다. 만약 그때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손가락이 잘려나가지는 않았을텐데 안타깝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럼에도 불구하시고 우리 어머니와 나, 오빠, 동생을 잘 키워주셨다. 하지만 외할아버지의 손은 몇십년 동안의 노력이 담겨있다. 외할아버지의 왼손 새끼 손가락은 잘려 나갔지만 나의 외할아버지의 사랑은 잘려나가지 않았다. 그 어떤 손가락 보다도 나에게는 너무나 긴 손가락이 되었다. 올해 외할아버지는 칠순을 맞이하신다. 외할아버지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두 손은 거칠고 쭈글쭈글 해졌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시고 땀흘리신 외할아버지를 위해 칠순잔치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 잘려진 네번째 외할아버지의 손에 맞는 장갑을 꼭 맞는 장갑으로 외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나는 네번째 손가락이 이상하지 않고 자랑스럽다. 그건 사랑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최고의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손가락은 나에게는 엄청 긴 손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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