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6개월여 남겨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에서도 민주통합당에서도 잇따라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선거판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급격한 임기 말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데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지지율 조사를 빙자한 사전 선거운동이 한몫을 하고 있다. 16일 헤럴드경제는 케이엠 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7.9%의 지지율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41.3%를 6.8%포인트 앞섰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어떤 구도에서도 절대적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응답자의 41.6%가 박 전 위원장이 승리하는 것이 정권교체라고 답한 대목이다. 현 이명박 정권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야당이 아닌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는 정치권의 이슈 만들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증거다. 새누리당은 이런 흥행을 위해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꾸고 상징 색깔을 보수의 푸른 색에서 진보가 쓰는 빨간색으로 바꿨다. 그리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 같은 반 MB 인물들을 비대위원으로 모시기도 했다. 이런 변신으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변신은 상대적으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주변을 깨끗이 다스림으로써 레임덕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레임 덕은 역대 대통령이 다 겪은 것이다. 이건 내가 대통령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한 번쯤 퇴임 후에도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전직 대통령을 생각해본다. 퇴임 후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로 살고 싶었던 노 전 대통령은 개천에서 난 용이었다. 상고 졸업 학력에 사법고시 출신으로 판사와 변호사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선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희망이었다. 그러나 소외되고 못가진 소수를 위한 대변자를 자처했던 그는 그러나 이 시대 기득권층의 집단따돌림에 결국 항복아닌 항복을 했다. 그의 소탈한 성격과 진솔한 말투마저도 오히려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의 화살로 되돌아왔다.
어디 노 전 대통령뿐인가. 그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조롱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아들들을 비롯한 주변 실세들의 비리 연루와 이용호 게이트 등 3대 게이트로 야당인 당시 한나라당의 집요한 정치 공세로 이미 임기를 1년3개월 이상 앞두고부터 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났을 만큼 심각한 레임덕에 빠진 것이다.
그 전에도 그랬다. 서울대 출신의 역대 최다선 국회의원 경력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 깡통 대통령이라고 신문 가십에 등장했다. 재임 초기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인기 절정에 올랐던 김 대통령이었지만 임기말 레임덕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건 권위주의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예 `물`이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돌`이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폄훼는 결국 우리의 정치 풍토를 그렇게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존경하는 대통령을 가질 복이 이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세종대 이남영 교수는 `한국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 분석`이라는 글에서 “레임덕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역주의를 불식시키고 민주적 권위를 창출해야 하며 도덕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임덕 극복이 대통령 개인의 솔선수범과 의지만큼이나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해석하고 싶다. 우리도 퇴임 후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기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