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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자기 바깥으로서의 존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5-25 21:37 게재일 2012-05-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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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푸스-몸…' 문학과지성사 펴냄, 장 뤽 낭시 지음, 김애령 옮김, 186쪽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평가받는 장-뤽 낭시의 `몸'에 관한 독창적 사유를 담은 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파라디그마' 시리즈로 출간됐다.

`코르푸스-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김예령 옮김)가 그것. `코르푸스(Corpus)'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다름 아닌 `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낭시가 이야기하는 몸은 종래의 형이상학이 자기 완결적·자기 충족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단독자로서의 몸이 아닌 분절화되고 밖을 향해 열려 있는, 닫혀 있지 않은 몸이다. 낭시에 따르면 몸은 끊임없이 외부에 각인되면서 열려 있는 존재다. “몸은 확장과 관련된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우리는 보통 `영혼'이나 `정신'에 상반되는 것으로 `몸'을 떠올린다. “단순히 닫히고 꽉 찬, 자체적이고 독자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낭시는 몸은 매스(덩어리)가 아니며, 따라서 그것이 저 자신으로 닫힌 것이 아니고 스스로에 의해 침투되는 것이며, 그때 몸은 자기 자신의 바깥에 있다고 말한다. 몸은 바로 “자기 바깥으로서의 존재”이다. 또한 영혼이란 “몸이 몸 저 자신에 대해 가지는 차이,”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차이이고, 이 차이가 몸을 형성”한다고 낭시는 말한다.

주로 정치철학 분야에서 활발한 의견을 펼치며 `공동체'와 `소통' `접촉' 등의 주제를 독자적인 관점에서 개진해온 낭시는 이 책에서 역시 “에고 밖의 에고” “경계에서 경계로서 일어나는 세계와 나의 공동의 동요” “주체 따로 대상 따로 나뉘지 않는, 즉 주체도 대상도 아닌 채 저마다에 고유한 무게이자 저 자신의 정확한 측정으로서 저울의 양팔처럼 펼쳐지는 몸-사유의 균형”에 대해 사유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낭시가 시도하는 모색과 실험은 앎의 불가능성과의 접촉을 통해 비로소 열리는 어떤 사유의 가능성, 저 자신의 한계에 닿아 열림과 파열로써 개진되는 글쓰기, 그리고 언어의 경계와 얼개를 끊는 그 글쓰기의 파열을 통해 저 자신과의 결렬이라는 낯선 경험으로서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있음'의 섬광(실존). 바꿔 말해 이 책은 글쓰기=존재론=몸의 도래(창조)의 테크네라는 등식이 어떻게 성립하는가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자 그 등식을 몸소 입증하기 위한 형성 기술의 적용물이다.

몸에 관한 낭시의 사유인 `코르푸스' 외에 같은 주제로 행한 낭시의 강연 `영혼에 관하여'와 다른 곳에 수록된 `영혼의 확장', 그리고 부록 격인 `몸에 관한 58개의 지표'가 함께 묶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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