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의 남쪽 바닷가, 한려수도의 서쪽에서 지구촌 축제, 여수엑스포가 한창이다. 주말인 지난 2일 7만2천여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지난 5월 12일 개장한 이래 22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단다. 그러나 이런 추세면 석달동안 조직위가 목표로 하는 1천만명은 어림도 없다. 그래도 인기 전시관인 아쿠아리움에 들어가기 위해 서너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다고 현장 아나운서가 침을 튀겼다. 대단하다.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인내심은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승용차로, 또는 버스로 달려오며 시달린 데 대한 수고를 보상받으려는 심사일 것이다. 그러나 왠지 셈이 맞지 않는 장사 같다.
전남 여수 신항 일대 271만㎡에서 총 2조3천886억원을 투자해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펼쳐지는 2012 여수엑스포다. 조직위는 생산효과만도 12조2천300억원에 부가가치 5조7천200억원을 창출하고 7만9천명을 고용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지난 5월 12일 개장 이래 8월 폐장까지 3달 동안 내국인 744만5천명과 외국인 55만5천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이 지출하는 소비만도 1조2천4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중 71%인 8천800억원을 여수를 비롯한 전남에서 쓴다는 것이다.
백문불여일견. 우리는 월드컵 축구경기나 올림픽 경기장을 찾으면서, 또는 세계적인 톱스타들의 공연장을 찾을 때면 어김없이 실감하는 금언이다. 여수 엑스포 또한 극명하게 이 금언을 증명하는 행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경상도 내륙지방에서, 동해안에서 멀리 남해안 여수까지는 줄잡아 4~5시간 거리다. 아무래도 너무 멀다. 다녀 온 사람들의 얘기도 대체로 일치한다. “오가는 데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하면 너무 건진 게 없어 허망했다”
예약제를 없애버렸다. 누구나 줄 서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개장 전부터 엑스포 160년 역사에 처음 시행하는 제도라며 뻥뻥 자랑하던 아쿠아리움 등 8개 전시관의 사전예약제를 고작 16일만에 중지해버린 것이다. 일부 관람객들의 항의 때문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사전 예약하고 관람할 수 있었던 기회마저도 빼앗겨 버렸다. 뙤약볕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겨우 주제관 하나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줄을 서봐야 안다면 하수 중 하수다. 국민들은 19년 전 대전엑스포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런 퇴행이 어디 있나? 그럼 5시간씩 운전하고 차타고 가서 5시간씩 줄서서, 그것이 세계 엑스포가 관람객에 대한 예의냐?
물론 조직위는 전시관 말고도 K팝스타를 비롯한 인기 스타들의 공연과 국제관 등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수엑스포의 관람객 목표를 정해놓고 성공 여부를 관람객 수치로 가늠하려는 조직위의 자세 어디에도 관람객들에게 편안하고 감동을 주는 엑스포를 만들겠다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관람객으로 존중받으면서 추억에 남는 엑스포를 즐기고 싶다면 욕심일까.
언제까지나 국민을 뙤약볕아래 줄서서 주최 측의 숫자놀음에 머릿수 채워주는 `그들 중 한 명`, 소위 One of them 역할에 만족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내가 여수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사람 구경하러 여수까지 갈 수는 없다.
개최지인 여수를 중심으로 전남 지역이야 관광 수입도 오르고 무엇보다 엑스포를 통한 엄청난 간접시설들이 들어섰으니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수엑스포가 새로운 해양문화를 창출하고 국가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녹색 성장과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거대한 목표는 좋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돈과 시간을 투자해가며 그 들러리를 서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