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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자원이 아닌 위대한 `스승'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6-08 21:25 게재일 2012-06-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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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김영사 펴냄, 이인식 지음, 304쪽

이인식씨<사진>의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김영사)는 자연에게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자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과 같은 기술을 인간중심 기술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연중심 기술'이라 이름 붙이고, 기존 과학의 틀을 벗어나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해줄 `자연중심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의 생물은 대부분 수천만 또는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갖가지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이러한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본뜬다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남과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자연중심 기술의 근본 원리다.

`상어 피부 수영복' 0.01초 기적 창출..우리 사회 나아갈 방향 제시

대표적인 예로 흰개미 집의 신비로운 환기시스템은 냉난방 없이 건물 안의 공기를 끊임없이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핵심 원리를 제공했다. 공기 중의 수분을 포집해 생존에 필요한 물을 공급받는 나미브사막풍뎅이 날개 표면의 원리는 인류가 당면한 물 부족 문제의 해법을 보여주었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기계적 통풍장치 없이 표면온도를 낮추는 원리의 힌트를 주었고, 연잎 표면의 과학은 자체적 정화 기능을 갖춘 신소재 개발의 핵심 아이디어가 됐다. 또한 가느다란 거미줄이 강철보다 튼튼한 방탄물의 소재가 되는가 하면, 바닷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어 피부 구조를 활용한 전신 수영복은 수영 선수들에게 0.01초의 기적을 이루어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연은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는 무한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자연을 모방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현대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전화기는 사람의 귀를 모방했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됐고,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흉내 낸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생명공학에서 나노기술, 로봇공학, 집단지능까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의 메커니즘을 모방한 자연중심 기술의 역사와 현주소는 물론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할 경이롭고 신비한 자연의 비밀을 한눈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것은 모두 인간을 위해 자연을 희생시켜 자원으로 이용하는 인간중심의 기술이었다. 이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문제가 심각해지자 덜 쓰고 덜 생산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기업에게 환경 파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녹색경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러나 녹색경제는 환경보호를 위해 소비자와 기업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녹색경제를 인구에 회자되는 것만큼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과 상충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이렇듯 한계가 분명한 녹색경제의 틀을 뛰어넘어 환경과 경제 성장이라는 상반되게 보이는 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자연중심 기술'에 있다. 그리고 자연중심 기술을 원동력으로 녹색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생과 공존의 미래를 열어나갈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 환경문제와 경제 성장이 조화되는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색경제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근간이 되는 자연중심 기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우리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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