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흘러 우리 사랑도 저러할 때
연초록 능수버들로 다시금 눈떠올까
한 번 접힌 그 세월 되돌릴 수 없겠지만
철철철 강둑을 넘어 오랜 슬픔 지울 건가
잊지 못한 사람들 저기 강돌로 돌아눕고
일어나라! 일어나라! 잠 깨우는 물소리
이 밤이 이울고 나면 강심 다시 깊어지겠지
몇 해 전 가을 나도 동강 연포에 간 적이 있다. 정선 아리랑을 가슴에 품고 간혹 세상을 향해 꺼내 던지시곤 하는 베르또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한 많은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일생동안 흘러보내고 살아온 그 할머니의 깊은 눈을 잊지 못한다. 이 시도 그런 한과 설움이라는 정서에 충실한 작품이다. 아직도 푸른 뗏목이 그 강에는 눈물과 한으로 묶인 채 흘러오고 있을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