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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클럽`에 진입한 대한민국호의 순항조건

등록일 2012-07-02 20:37 게재일 2012-07-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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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가 지난 6월23일 오후 6시36분 공식적으로 인구 5천만 명을 넘어 대망의 `20-50클럽`에 진입했다. 일부 진보적인 언론매체에서는`20-50 클럽`은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에서 만든 신조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클럽은 정관도 없고 조직도 없는데 이명박 정부의 업적 평가를 위한 도구라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인당 소득 2만달러를 이미 넘어섰고 인구 5천만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7번째로 이 이 조건을 갖춘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며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그것도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둘째 국가가 됐음은 자긍심을 가질 만 한 일이다.

레이 클라인(R. Cline)은 일찍이 그 나라의 국력 측정의 수단을 여러 함수관계를 통하여 밝힌바 있다. 국력의 기본 변수는 그 나라의 인구와 영토의 규모, 경제력과 군사력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그 나라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들의 발전 의지 등 정신 전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다소 복잡한 국력의 함수 관계를 제시했지만 인구와 영토, 경제력을 국력 지표의 기본변수로 제시했다. 그러므로 우리의 20-50 클럽의 진입은 국력의 기초 체력을 갖췄음을 의미하며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거나 평가할 필요는 더욱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영토 면에서는 이들 클럽 중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이다. 우리가 선조들이 살았던 넓은 만주 땅은 차치하고라도 북녘 땅까지 잃어버린 분단된 상황에서 우리의 영토는 극도로 축소돼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일인당 국민 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30여 개 국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북유럽과 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이다. 세계에서 인구 5천만명을 넘는 나라는 24개국이나 되지만 그중 국민 소득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7개 국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5천만 번째 신생아가 서울에서 탄생함으로써 인구와 국민 소득 면에서 이 클럽의 최소한의 필요조건만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이나 인도의 발전 잠재력을 우리는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의 20-50클럽 진입의 참된 의미는 우리도 이제 국력 성장에 관한 자긍심을 갖게 된 상징성 때문이다. 우리는 한말의 국력의 쇄락으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당한 것도 억울한 일인데 식민통치의 유산으로 `조센징은 안 된다`는 열등감까지 상속받았다. 해방 후 우리는 압축 성장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벨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라는 순풍도 이 같은 국력 성장의 결과이다. 더구나 20-50 클럽 진입 국가는 곧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나아갈 수 있다는 선진국의 경험은 우리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20-50클럽의 진입을 계기로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는 장비를 정비하고 여건을 보완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병행하는 정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민족의 통일을 위한 에너지를 적립해야 한다. 우리가 훗날 통일이 되어 북한의 2천500만 동포를 합친다면 인구 7천500만으로 국력 성장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레이 클라인이 지적한대로 국력 성장을 위해 국가 발전의지를 모으고 시민의식을 성숙시켜야 한다. 우리의 국력 성장에는 인구와 경제력이라는 하드 웨어뿐 아니라 소프트 웨어인 정신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출생율 저하와 자살율 증가, 교통사고율의 증가 등은 우리의 정신 전력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우리의 인권 지표마저 세계 30위권으로 밀려나고 양극화의 심화, 아직도 권력형 비리 등 정치적 부패구조가 증폭되는 곳에서 국가의 지속적 발전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민국호의 순항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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