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都市人의 過食時代

등록일 2012-07-10 21:13 게재일 2012-07-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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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코리아 발행인

음식이 도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육류에 특별히 입맛이 더 끌리는 것은 인간이 갖는 동물적 본성 때문일까. 칠면조·닭 요리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은 매년 3천500만 마리의 칠면조와 8억2천만 마리의 닭을 먹는다.

80%의 영국인들이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도시인들이 대부분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영국인들은 1세기 전만해도 국민 한사람이 연간 25kg정도의 육류를 먹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80kg으로 상향됐다.

중국의 경우는 훨씬 더 심각하다. 1960년 대 초까지 중국인들은 연간 4kg의 육류를 먹었지만 2005년 이후엔 무려 60kg으로 섭취량이 늘어났다. 도시인구가 늘어나면 육류 소비량은 세계의 모든 도시가 정비례한다.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도 전 세계 농작물의 3분의1은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먹을 동물의 사료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프리카·아시아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이다. 적어도 세계에는 지금도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20억 명이 넘는다. 아프리카·아시아 오지마을 봉사를 나가보면 우리나라 50~60년대에 봤던 배불뚝이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배불뚝이는 병이 아니고 빵을 채워주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금 오랜 가뭄으로 아프리카 사헬지역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쇠고기 1kg을 얻는 데 필요한 물은 보리 1kg을 재배하는 데 드는 물 양의 1천배쯤 든다고 한다. 또 소 한 마리가 뿜어대는 가스는 사람의 20배에 달해 공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도시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그 많은 도시인들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를 공급하려면 우주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비닐하우스나 가축을 사육하는 공장 규모의 농장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식재료가 인간이 넘나들기 힘든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전 세계 땅과 바다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들은 항공기와 선박 열차를 타고 각국의 도시로 분배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지구를 또 얼마나 철저하게 괴롭히고 있나. 한국인들이 한 해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는 돈으로 환산하면 203조원 어치에 이른다고 한다. 이걸 아프리카에 풀어놓으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7억 명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터전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은 음식물쓰레기로서도 문제지만 앞서도 지적했듯이 먹을수록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더 큰 문제다. 생명유지를 위해서 먹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저탄소 식생활을 통해 이것을 가능한 줄여 보자는 게 `푸드 마일리지 운동`이다.

푸드 마일리지는 영국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세상에 처음 나왔다. 현지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운송수단을 통해 가정까지 걸리는 거리를 말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길수록 탄소배출량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비닐하우스보다는 밭에서 그냥 기른 야채를 먹는 것도 이치가 같다.

인간이 소·돼지고기를 지금보다 반으로 줄여 먹는다면 엄청나게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통상 인간보다 10~20배나 된다니 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채식을 즐겨보라. 채식으로 몸이 단단해지면 매일 한번씩 보는 변도 튼실한 황금색이 된다. 채식만 하는 코끼리와 황소가 이 지구상에서 힘이 가장 센 동물인 것을 보면 채식의 위력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렇게 절약하고 남은 돈으로 아프리카·아시아 오지지역 어린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쓰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오랜 가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사헬지역 어린이는 한 끼 죽조차 넘기지 못하는데 우린 너무 과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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