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소년소설 `점득이네` 창비 펴냄,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280쪽
권정생<사진> 소년소설 `점득이네`(1990)의 개정판이 나왔다. `점득이네`(창비)는 해방직후부터 6·25 전쟁 시기에 이르는 혼란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점득이네의 가족사를 따라가며 그린 작품이다. 아이들이 목격한 전쟁을 사실적으로 기록함으로써 겨레의 비극을 전하는 한편, 절망스러운 시절을 서로 의지하며 견뎌낸 사람들의 체험을 들려주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몽실 언니``초가집이 있던 마을`과 함께 권정생의 6·25 소년소설 3부작 중 한 편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책. 2012년 개정판에는 판화가 이철수의 신작 목판화가 실렸다.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은 `점득이네`가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대목을 피가 돌고 가슴이 뜨거운 생생한 인물과 더불어 그려 나갔다”고 평하면서,`몽실 언니``초가집이 있던 마을`과 함께 이 작품을 `권정생 6·25 소년소설 3부작`으로 꼽으며 주목했다. 이데올로기라는 아동문학의 금기를 깨트렸을 뿐 아니라, 전쟁이라는 민족적 재앙을 통과하면서 이 땅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나 하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뿌리째 흔들어 놓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점득이네`는 해방직후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점득이네 식구들이 전쟁의 와중에 겪는 혼란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점득이와 누나 점례뿐 아니라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역시 가족을 잃거나 다치고 이념대립에 휘말리는 등, 저마다의 비극을 겪으며 전쟁의 한복판을 지난다. 작가는 이들이 겪는 일을 과장이나 수식 없이 그려 간다. 순식간에 한 마을이 “커다란 초상집”이 되는 폭격 현장을 묘사하고 아이들이 목격한 전쟁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까지 짓밟은 전쟁의 본질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겪는 고난은 고스란히 우리 겨레가 겪은 고난을 상징한다. 해방 후 우리 민족에게 닥친 대립과 전쟁, 분단의 혼란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곡진하게 그려져, 권정생이 `점득이네`를 통해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한, 곧 겨레의 한을 달래고자 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