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첫인상을 이야기한다. 처음 만나서 3초 동안에 만들어지는 첫인상이 전체를 좌우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4초 만에, 또 어떤 학자들은 5초 안에 첫인상이 만들어진다며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한다. 선거에서 후보들이 시간을 쪼개 유권자들과 만나려는 것은 직접 만나고, 손 한 번 잡아보는 것이 첫인상을 만드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12월 대선을 향해 여야 대권 주자들이 저마다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고 민심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참으로 답답하다.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그럴듯 한데 속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라야 말이지. 지금 집권말기 코너에 몰려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5년 전 국민들이 선택할 때는 그만큼 상대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이 실제 후보를 알아 본 방법은 언론을 통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본 유권자는 그래도 행복할 것이, 직접 후보를 만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선거유세가 사라지면서 군소 집회나 강연회 등을 통해 후보를 만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첫인상이 전부가 아닌데도 말이다.
올 봄 4·11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일찌감치 구청장 자리를 사표 낸 후보가 있었다. 서중현 당시 대구 서구청장은 유권자 20만명도 안 되지만 구민들을 모두 만나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사퇴기한인 12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미리 사표를 냈다고 했다. 구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만나는데도 그렇게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였다.
한 때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손에 붕대를 감고 유권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손 한 번 잡는 것이 후보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하루에 손잡을 수 있는 사람은 2천500만 유권자 중에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유권자를 일렬로 줄세워놓고 악수 공세를 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첫인상을 중요시하는 이론 중에 초두효과(primary effect)라는 것이 있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인상 형성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나중에 들어온 정보들은 첫인상이 만든 기준을 통해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이 첫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성형도 하고 교육도 받고 반복 훈련도 한다. 그렇게 가면을 쓰고 대중 앞에 나타나면 대중은 속을 수밖에 없다.
한비자는 `삼인성시호`라 했다. 시장바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세 사람이 연이어 그렇게 말하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믿게 된다고 했다.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에게 충신 방총이 했다는 말이다. 조나라에 인질로 가는 태자를 수행하는 방총은 자신이 위나라를 떠나고 나면 자신을 헐뜯는 소문이 나돌게 될 것이라며 제발 믿지 말라고 왕에게 당부한다. 왕은 그러마고 약속했다. 그러나 방총이 떠나자 그를 비방하는 소문이 나돌았고 인질인 태자는 위나라로 돌아왔으나 그는 결국 조나라 한단을 떠나지 못했다.
지금 선거에서도 그런 현상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더 많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믿으려는 것, 이른바 대중 선동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속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어놓고 또 과거지사를 따져보기도 한다. 속지 말자. 선동에 속지 말고 가짜 경력에 속지 말 것이며 거짓 눈웃음에 속지 말 일이다. 이리 살펴보고 저리 따져보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언론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