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미국행 에피소드

등록일 2012-07-17 21:08 게재일 2012-07-17 19면
스크랩버튼
▲ 구자문 한동대 교수

지난달 말 방학휴가를 내어 미국에 다녀오려고 포항발 김포행 오후 3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시간이 오후 8시20분이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될 수 있었다. 더구나 그즈음의 날씨는 전례 없는 가뭄이었기에 그 전날이나 오전 중 떠나는 대신 당일 오후 비행기를 예약한 것이었다.

날씨가 전날과는 다르게 약간 흐려서 좀 걱정이 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도 있었고, 1년 동안 포항에서 공부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큰 아들의 책이며 옷들로 채워진 가방도 꽤 있어서 `내가 포항에 산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평소와 다른 빡빡한 일정을 세웠던 것이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니 핸드폰에 `포항공항 기상사정으로 오후 항공편 결항`문자가 찍혀 나왔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공항까지 차편을 제공해주겠다는 지인을 부추겨서 인천공항까지 가보기로 했다. 짐도 많고 시간도 촉박해 대구나 신경주에 가서 KTX를 타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그즈음 LA노선이 만석이라서 스케줄을 연기하기도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시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LA행 비행기를 예정대로 탈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서울근교에서 몇 차례 차량정체에 걸린 탓에 공항카운터에 약속한 시간을 20여분 넘어 도착하게 돼 그날 비행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다행히 다음날 오후 4시30분발 자리를 얻게 되고, 공항 앞 호텔에서 하루를 지낸 덕분에 무사히 LA로 갈 수 있었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날씨도 별로 안 나쁜데 왜 포항행 결항시켰느냐`고 한두마디 항의를 해보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포항의 기상이나 공항여건이 안좋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하는 체념 속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난 18년간 포항에 살면서 일년에 서너 번은 외국에 다녀오지만 비행기를 놓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날씨를 보며 비행기 운항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마음을 졸인 적이 너무나 많았다.

포항시에서는 대형항공사들을 대신해서 지역항공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좀 작은 여객기라 하더라도 좀 더 결항 없이 다닐 수 있다면 이용객도 늘어나고 공항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X, 고속버스 등 대체수단이 있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선택이 있다는 것은 지역민들로서는 매우 좋은 일이다. 특히 국제회의 참석차 포항에 오는 사람들이나 바쁜 스케줄을 지닌 분들에게 항공기 이용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지상교통수단들이 대구나 부산에서와 같이 손쉽게 연결되지 않는 포항의 경우에는 지역항공사의 설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포항은 지방도시이면서도 경제산업, 교육연구 분야에 국내외적으로 차별성을 지닌 도시이고, 아름다운 동해안의 절경을 지닌 항만도시다. 날씨도 온화해 여름과 겨울이 그리 덥거나 춥지도 않다. 인구가 53만에 이르며, 대도시의 기능과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서울의 1.8배나 되는 면적을 지닌 도·농통합도시라서 `네트워크된 압축도시`의 형태를 갖춰가기만 한다면 대도시와 전원도시의 모습을 고루 갖춘 멋진 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정학상 대도시와의 연계에 있어서는 불리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봐진다. 하지만 KTX포항노선이 개설되고 지역항공사가 서울과 제주만이 아니라 중국, 몽골 등과 연결되고, 영일만항을 출발한 페리가 러시아며 일본으로 연결된다면 그러한 불리함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포항은 동해안의 중심도시이자 환동해권의 중심도시로서 그 역할이 기대된다. 이는 북방진출 전진기지로서, 국제무역항으로서, 해양관광거점 및 산업연구 네트워크 허브로서의 기능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도시들과의 다양하고 편리한 연계교통수단의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구자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