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누구에게나 포근하다. 건곤일척 승부를 앞둔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박근혜 의원에게 대구는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그 스스로 대구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지난 주 대구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다.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나면 살얼음판이다. 불편한 질문, 곤란한 질문으로 사납게 헐뜯기도 한다. 그도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웃으려고 하지만 질문이 심각한데 어떻게 웃으면서 답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유가 배어 있었다.
대구의 최대 현안인 남부권 신공항이 먼저 등장했다. GRDP(지역총생산)가 수년째 내리 꼴찌인 대구. 그런데 하늘 길을 열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박 의원이 꼭 이루어달라고 주문했을 때였다. 경제 문제는 신공항 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며 문제 핵심을 비켜갔다.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지식기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배를 건조하더라도 30~40%가 소프트웨어라며 교육이 떠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벌을 파괴하고, 실력에 따라 대우받는 사회. 역대 정권과 많은 교육학자들이 했던 이야기들의 종합편이다.
세종시는 그에게 정치적 신뢰성을 보증하는 공인된 사업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이전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려 했다. 이 때 신뢰를 내세우며 강력 반발,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기까지 박근혜 의원이 중심에 있었다. 그는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며 세종시가 자신이 신뢰의 정치인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대권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간절했다. 청와대가,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처럼,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고향을 찾아 가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그래서 청와대에 들어가려는 것인가. 박 전 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꾸는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나라, 그런 국민을 보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종일 어떻게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또 고민하느라 하루해가 짧다는 것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각을 세우고 날을 벼리는 데 비하면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 했다. “나의 길을 가는데도 바쁘다”며, 그것이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자신의 길이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이런 꿈이 이루어지려면 정말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했다.
이 자리에서는 누구도 5·16이나 유신, 정수장학회나 영남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고향이어서일까. 날선 질문보다 그냥 고향을 방문한 유력한 대선주자에게 희망에 찬 메시지를 전달하는 분위기였다. 그것이 박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차차 두고 볼 일이지만.
우호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지난 총선 이야기가 나왔다. 배석했던 김태환, 서상기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서도 절반은 떨어뜨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왔고 실제 분위기가 험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결국엔 새누리당을 선택했던 지역민의 표심을 들면서 “박근혜 보고 찍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듣기 싫지는 않은 듯 웃었다. 그러면서 “`안케도 알제`라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다른 지역에서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며 두 번씩이나 반복했다.
차기권력 맞나? 박 의원을 기다리면서 기자들끼리 나눈 얘기다. 대구에서 서울쪽으로 올라갈수록 온도차가 있더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케도 알제?` 그의 말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유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