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피판의 갑문` 문학과지성사 펴냄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철도 노동자 출신의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1899년 ~ 1951)는 `러시아의 조지 오웰`로 불린다.
그의 작품 `코틀로반`이 혁명 후 러시아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소개되면서 그런 별칭을 얻었다.
플라토노프의 작품들은 이미지와 상징의 외피를 입고 등장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그는 인류사를 자연과의 대결 과정으로 파악했으며 인간과 자연, 시간과 공간, 몸과 정신의 분열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천착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당대의 사회·역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혁명 이후 경직된 소비에트 정권의 관료주의를 독특한 풍자로 증언한다. 그의 문학은 혁명의 격동기를 견딘 민중의 역사인 동시에 역사성을 초월한 형이상학적 물음에 대한 모색이었다.
플라토노프가 예술적 재능을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장르는 중단편이었다. 그의 심오한 철학적 탐구와 촌철살인의 풍자, 이를 표현하는 압축적이고 화려한 문체는 중단편과 잘 맞아떨어진다.
`예피판의 갑문`(문학과지성사)은 플라토노프의 30년 문학세계의 변모를 볼 수 있는 작품 일곱 편을 엄선해 담았다.
이 작품집을 통해 러시아 문학 특유의 철학적 고뇌와 인간적인 깊이, 기상천외한 해학과 독특한 정취를 맛볼 수 있다.
“결코 인간에게 끝이란 없으며, 인간 영혼을 지도로 그린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미망에 붙들려 살아가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창세기인 것이다.” `비밀스러운 인간` 중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