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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검증`은 성역인가

홍종흠 기자
등록일 2012-08-08 20:59 게재일 2012-08-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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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18대 대통령선거가 런던 올림픽에 가려`흥행`이 안된다고들 한다. 처음부터 대통령선거를 무슨 오락 게임이나 연예기획물처럼 생각하는 일부 언론이나 면허 없는 소위 `정치평론가`들의 눈에 올림픽 메달 레이스 수준의 흥미를 끌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올림픽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진검승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고조의 긴장과 흥분을 불러오지만 지금 여야 대선후보 경선은 진검승부가 아닌 예비연습장 같은 김빠진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예상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1,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유력 후보이지만 출마 선언이 안개속인데다 자격검증이 본격 진행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관심이 높을 리 없다. 통합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보경선은 안 원장의 거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하위경선 수준이어서 국민의 관심밖이다.

그러나 최근 안 원장 자신이 대선행보로 여겨지는 저서출간과 TV오락프로 등장으로 대선가도에 `흥행`의 등불이 켜질 것같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던 예비후보인 안 원장이 본격 경쟁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의 생각`이란 저서는 그의 국가와 사회 문제에 대한 철학과 견해를 대선공약에 준하는 내용으로 공표한 것이다. `힐링 캠프`란 TV오락프로의 출연은 책 출간을 홍보하면서 출마 홍보를 연상케 했고, 기자회견 같은 검증이 아닌 방법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했다. 이와 함께 보수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가 저서`안철수의 생각` 가운데 “남한 정부가 채찍만 써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한 데 대해 “안철수씨는 국적이 어디인가”라는 비판적 광고를 낸 것을 계기로 안 원장의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벌어졌다. 서울시선괸위가 안 원장 스스로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입후보예정자”라고 규정하고 그를 `친북`으로 비판한 단체를 선거법위반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안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 같다. 안 원장은 출마 요건을 사실상 모두 갖춘 것으로 보인다.

사전선거운동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선거관리를 맡은 공기관마저 출마예정자로 간주하고 있다면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은 지금이라도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안 원장도 검증과 관련 “사랑의 매로 생각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한 것은 검증을 받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그러나 안 원장은 재벌 2·3세들이 낀 “황태자들 사교클럽”이라는 V소사이어티에 가입해 같은 회원인 최태원 SK회장의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 범죄에 대한 구명탄원을 했던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그에 따른 해명은 그같은 각오와 사뭇 다른 것같다. 그는 자신의 저서와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재벌의 잘못과 그들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주장했던 사실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던 사실을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만 했다. 이것은 저서와 대화가 거짓이었던 데 대한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태도는 요약하자면 지적한 사실이 맞다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이는 국민에 대한 오만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같다..

일부에선 안 교수의 이같은 검증이 시작되면서 상당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눈에 거슬린다. 안 교수의 잘못을 지적한 검증을 “선거의 네거티브”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박근혜가 안철수를 공격할 자격이 있나”며 대들었고, 심지어는 안철수의 검증이 박근혜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위협한다. 이같은 반응은 대선주자에 대한 검증을 단순히 전략적 차원에서만 보는 차원이이다. 설사 전략적 측면이 있다 해도 검증자체는 최선의 대통령을 뽑기 위한 필수적 절차다. 누구에게도 성역은 없다. 안 원장도 예외가 아님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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