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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습, 이 책 속에 녹아 흐르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8-10 21:12 게재일 2012-08-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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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들의 노란 눈`  문학동네 펴냄, 324쪽 카트린 팡콜 지음, 장소미 번역

지난 2006년 프랑스 출판계는 특이한 제목의 책 한 권으로 술렁였다.

1979년 데뷔해 여러 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나, 그전까지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가 카트린 팡콜의 `악어들의 노란 눈`.

이 소설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고, 프랑스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악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팡콜은 그 여세를 몰아 2008년 후속작인 `거북이들의 느린 왈츠`를 발표했고 `악어들의 노란 눈`의 뒷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2010년 발표한 `센트럴 파크의 다람쥐들은 월요일에 슬프다`는 초판부수 25만 부, 1개월 판매부수 40만 부라는 엄청난 기록을 낳았다.

카트린 팡콜은 `악어-거북이-다람쥐`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물 3부작`의 성공으로 2009년 프랑스 판매순위 3위, 2010년에는 기욤 뮈소를 제치고 2위에 올랐고, 2011년 여성 작가로는 유일하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3위를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프랑스 최고 인기 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카트린 팡콜의 `악어들의 노란 눈`이 이처럼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비밀은 무엇일까?

이 작품은 프랑스 원서로는 650쪽, 한국어판으로도 1, 2권 합쳐 78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많은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탄탄한 줄거리 속에, 일상생활에 대한 치밀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현실감 넘치는 대화를 펼쳐 보이며 지루할 틈 없이 독자들을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이 책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내세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물들이 각자의 고민과 생각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엄마와 딸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과 성공에 대한 갈망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의 우리, 앞으로의 우리, 언젠가 될 수도 있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이 책 속에 녹아 있고, 소설의 무대인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이곳 한국에서도 현재진행중인 삶과 여러 가지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그렇기에 `바로 내 이야기야!`라고 외칠 수 있을 만큼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카트린 팡콜은 소설의 등장인물을 설정할 때 주변 이웃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중심 사건인 두 자매 이리스와 조제핀의 비밀 공모는 자매 중 한 명이 다른 자매의 죄를 뒤집어썼다는 신문 사회면 기사에서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깊이 있는 인물 관찰과 호기심 어린 조사, 현실성 있는 팡콜의 이야기는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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