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야 사람이다` 글항아리 펴냄 한국국학진흥원 지음
이번 책에서는 동양의 선현들이 스스로를 향해 수없이 던졌던 `치(恥)`라는 질문, 즉 `부끄러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권모술수가 일종의 경쟁논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후흑학`이 자기합리화의 보루로 여겨지는 요즘, `부끄러움`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질문으로 던진다는 것은 왠지 퇴화한 꼬리뼈를 만지작거리는 멋쩍음마저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요즘처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꼬리를 치켜드는 때가 없다. 정의의 실종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지난 2~3년 한국사회를 휩쓸고 지나갔으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젊은 세대에 대한 나이든 세대의 안타까움으로 세대간 소통을 이뤄냈다.
만약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정의`를 묻지도 못했을 것이며, 타인에게 손을 내밀지도 못했을 때문이다. 따라서 부끄러움은 진화론의 법칙을 따르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의 물리학에 속하는 듯하다. 부끄러움이라는 꼭지점이 없으면 마음이라는 구조물, 더 나아가 사회라는 구조물 또한 허물어지는 그런 존재.
`부끄러워야 사람이다`는 부끄러움이 배면으로 밀려난 시대, 다시 한 번 그것을 개인과 사회의 윤리로 제대로 제시해보고자 한 시도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 윤천근 교수는 윤동주의 `서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부끄러움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펼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