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를 내서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려 해도 도무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 무허가 영업으로 고발돼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벌금을 물고 하기 싫었다. 왜 허가가 나지 않느냐고 허가 기관 담당자를 찾아가 따졌더니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무슨 규정이냐며 “규정 좀 보자”고 했더니 그 담당자는 “대외비다”라고 딱 잘라 답변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공소시효도 다 지난 옛날이야기다.
이른바 도가니법까지 등장했지만 아동과 청소년 성폭행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어저께는 검찰이 청소년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30대에게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아동 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법률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신상공개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성범죄자의 신상을 확인하려는 시민의 수고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인터넷으로만 공개한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인터넷 접근이 안 되는, 실제 농어촌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은 아예 접근할 수조차 없는 것이 이 법이다.
인터넷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도 내 신상부터 철저하게 공개하고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 이웃에 성범죄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그것도 공개 등록된 자료인데 이렇게 접근이 어렵고 힘들어야 하나? 이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범인가?
왜 그렇게 까다로운가. 도대체 성범죄자를 공개해서 재범을 막고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범죄인의 인권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 시끄러우니 법으로 공개는 하지만 그래도 꼭 알고 싶은 사람만 알아라는 의미로 공개도 까다롭게 하고 절차도 번잡하게 만들었는가.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공개정보의 악용 금지라는 법 때문이다”고 법 38조와 43조를 들어가며 폐쇄적 운영에 대해서는 자신이 입법한 것은 아니라고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다.
인터넷에 신상정보가 공개됐던 성범죄자가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재범률이 0.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7월 이후 인터넷 `성범죄자알림e` 사이트에 공개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천662명 중 재범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잠재적 성범죄자에게는 신상 공개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젠 공개해야 한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책상 서랍속에 넣어두고 일부만 보는 규정이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 열람도 반포도 못하게 하는가. 그것이 어떻게 공개라고 할 수 있나.
필자가 분개하는 것은 인터넷 공개가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있다. 각종 단속 등 정보 공개가 부서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 공개가 대세가 되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 접근은 허용하면서도 신문의 공개를 금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보의 공개라고 할 수 있는가. 정보의 악용을 막는다며 오히려 인터넷 접근이 불리한 또다른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드신 뜻은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과 뜻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500년도 이전 전제군주조차도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그런데 왜 뻔한 정보를 “너 혼자만 알아라”는 식의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지, 그것이 불편하고 또 불만이다. 옛날 군주의 백성 사랑에도 못 미치는 21세기 한국 정치인들의 인권 의식이 불편하고 못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