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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의 울란바타르 1

등록일 2012-08-22 21:04 게재일 2012-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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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여름철에 울란바타르로 떠나기 위해서는 비행편 구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10여명 되는 인원이 떠나야 하니, 두어달 전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왕복비용은 1인당 80만원에 가까운데, 다른 나라로 가는 같은 거리 국제선 평균요금의 2배다. 또 기존의 두 항공사 이외 다른 항공사들의 취항이 허락되지 않아 성수기에는 더욱 예약이 힘들다.

비행기가 일요일 저녁 9시30분 출발이라서 오후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출국수속 후 아이쇼핑을 하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20분 정도 지체 후 비행기는 울란바타르로 떠났다. 3시간 비행 후 징기스칸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었고, 짐을 찾고 숙소로 예약된 자매대학의 게스트하우스로 가니 새벽 3시였다.

빵 몇 조각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오전 9시20분에 세미나 장소로 떠났다. 비가 계속돼 우산을 빌려 길 건너 재정경제대학(IFE)으로 가는데, 길이 물에 잠기고 잠기지 않은 곳은 진흙탕이라 걷기가 힘들었다. 세미나는 10층 옥상에 지은 전통적인 게르 형태의 회의실이다. 꽤 크게 만들어져 30~40명이 회의를 하기에 충분하고, 나름대로 분위기도 난다. 몽골 교육국, 몽골건설교통국, 울란바타르 도시계획국에서 공무원 몇 명씩, 몽골국제대학(MIU)에서 교수와 학생 10명, 몽골국립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 15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에게 한국의 도심재개발, 새마을운동 등을 소개하고, 울란바타르의 주택 및 환경문제, 도심재개발 등에 대해 토론하며 오전과 오후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포항의 동빈내항 재개발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고 많은 질문을 했다.

울란바타르는 도심의 대부분을 재개발하겠다고 하는데, 필자는 주요 도심부는`전면재개발(Demolition & High-Rise Approach)`방안을 적용하되 대부분의 도심은 `현지개량(Site-Upgrading)`을 권했다. 교외거점의 경우에는 교통거점을 중심으로 밀도있게 개발하되, 주변의 게르지역들은 선택적으로 현지개량하거나, 적정지역에 토지 및 인프라를 제공하고, 지침에 따라 주민들 스스로가 주거를 개발해 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울란바타르 시정부는 재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개발방안 및 재정확보방안들을 채택해야 할 것이며, 한국의 뉴타운, 일본의 록본기힐스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주택건설의 경우에도, 건설자재 및 주택가격이 비싸기는 하나, 소득수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하브라켄의 `SAR Theory`를 적용해 지금은 작은 아파트유닛을 짓고, 추후 두 개를 합해 하나의 유닛으로 만드는 등 홍콩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심포지엄을 끝내고도 여름날은 길었다. 우리는 우선 도심 인근의 게르지역으로 가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먼지투성이의 길, 높은 나무담장, 큰 개 짖는 소리, 그리고 전통적인 천막집인 게르, 판자와 벽돌로 엉성하게 지어진 집들, 시내 곳곳에 위치한 `물집`과 플라스틱 통을 두바퀴 수레에 싣고 물 길러 다니는 어린이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다음날도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절버스로 1시간 가까이 혼잡한 도로를 달려 몽골국제대학(MIU)으로 갔다. 거리는 하수구, 특히 우수관이 제대로 없는 탓에 부분적으로 침수했거나 물이 개울처럼 흐른다. 어떤 곳은 최근에 길옆에 하수구를 마련해 놓았으나 물이 그곳으로 흘러들어가질 않고 다른 곳을 침식시키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크게 패여 차가 크게 덜컹거렸는데, 어떤 곳은 너무 크게 패여 버스가 아닌 승용차들은 빠졌다 올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MIU총장님은 러시아 출장 중이라 캠퍼스 공사를 진행 중인 `미스터 리`를 만났고, 그가 특별히 준비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돼지고기 볶음에 상추쌈이다. 몽골에는 겨울철에 스스로 눈을 헤쳐 풀을 뜯는 소, 말, 양, 염소 이외에 먹이를 줘야하는 닭이나 돼지는 드문 편이라 귀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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