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굉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푸른 문장입니까
내 인생의 허전한 기슭을 적시며
어느 낯선 곳으로 접어드는 유정한 강물입니까
자호천 기슭 여뀌꽃 자욱이 핀 곁에 앉아
내 꽃 피운 것 무엇이었나 헤아립니다
강물은 비와 바람과 구름의 길이며
무너지고 일어서고 무너지고 일어서면서
땅 위에 새기는 어떤 기록이 아니겠는지요
뒷물이 앞물을 밀어 끝이 없는
이 강 기슭에 서서 부르는 당신의 이름
당신, 지금 어느 생의 물 가에서
내가 보내는 그리움의 물결
그 물 위에 적은 내 마음을 읽고 계시는지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인은 사람 속으로 관통하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 청춘의 시간들 보내며 꽃 피운 것이 무엇인가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를 자문하면서 지금은 아득히 흘러가버린 사랑했던 사람과의 아름다운 시간들, 그 아쉽고 그리운 마음으로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비단 시인의 가슴 속으로 흐르는 강물 뿐이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