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빵과 요구르트로 아침식사를 하고, 8시30분경`날라흐`로 떠났다. 필자로서는 몽골 방문시 자주 들르는 테를지 가는 길인데, 길 양옆으로 초원이 계속되고 가끔 게르와 소떼들도 보인다. 테를지는 숲과 물이 있는 몽골 제일의 국립공원으로서 그곳에서 말도 타고, 양 한마리를 달구어진 돌에 익힌 `허르헉`을 해 먹기도 했었다.
울란바타르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날라흐는 울란바타르 9개 구의 하나로서, 중심지 인구는 2만 9천명이고, 전체인구는 4만명이다. 울란바타르 도심에 비해 한적하고 깨끗하다. 이곳 구청을 방문하고 몇몇 공무원들과 미팅을 했다. 이곳은 과거 탄광이 개발되었는데, 질이 좋아 울란바타르 수요의 70%를 공급했었다고 한다. 지하 5m 정도에 지하수층이 있어 채굴을 중단했지만, 8~9m 아래에도 석탄층이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는 좋은 자갈, 모래, 석회석 등이 있어서 건축자재 생산공장이 많고, 주력산업은 관광이다. 날라흐구는 테를지 국립공원을 품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체면적의 40%를 공원 및 녹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군용비행장이 하나 있고, 민간비행장도 건설중인데, 포항과 사이에 중소형 저가항공이 운행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공무원들 이야기로는 이곳 도시계획을 울란바타르시에서 현실을 잘 모르고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이었다. 필자 생각으로는 울란바타르의 혼잡을 막기 위해서 이곳을 20만 이상의 도시로 발전시켜도 좋을 것 같다. 울란바타르와의 거리는 35km 정도인데, 도로만 좋아진다면 교통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미 주요 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울란바타르와의 네트워크 속에서 어느 정도 자급자족적인 도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곳 교외의 한 마을은 경기도 부녀회의 협력하에 마을회관, 우물, 비닐하우스 등이 건설됐다. 새마을운동 국제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건물들은 2003~2004년에 지어졌고, 몇 년전까지 꽤 많은 경기도 부녀회원 및 정치인들이 찾아온 모양이다. 벽에는 이들을 기념하는 사진들이 꽤 많이 붙어 있으나 이제는 별 활동이 없어 보인다.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놀이장소로 이용되고 있고, 옆 마당의 두 개 비닐하우스에는 더운 여름에 꼭 문을 걸어 잠그고, 햇빛과 열기를 품은 가운데 상추 등이 자라고 있었다.
다음 약속까지 한시간여 시간이 남아서 학생들은 자연사박물관으로 가고, 어른들은 음료수를 마시며 쉬기로 했다. 일행 중 한 분이 담배연기를 싫어해 흡연에 대한 제한이 없는 이곳 특성상 커피숍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가게에서 마실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키 크고 마른 여자 분이 `한국인이세요?`하고 말을 건넨다.
한 분은 포항 선린대를 잠시 다녔고,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고, 또 한 분은 몽골재정경제대학-한동대 공동의 국제경영학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고 한다. 참 몽골 땅이 좁다. 어쩌면 포항의 학교들이 몽골과의 관계에 적극적이라는 소리이기도 하고….
몽골인들은 한국인들보다 대체로 키가 크다. 젊은 여자 분들을 보면, 한국인과 같은 모습에 키만 좀 더 큰 그룹이 존재하고, 아예 서양인을 닮은 듯한 얼굴과 체격을 지닌 분들도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찾았다. 30대 중후반의 부소장은 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도시기본계획, 도로교통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KOICA는 주거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단다. 몽골은 광물자원으로 인해 연 15~20% 성장을 하고 있어서 조만간 비개도국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GDP가 높아진다 해서 각종 문제들, 예를 들어 빈곤 및 소득불균형, 제조업 및 생필품 생산 저조, 도시주거 및 SOC 불량, 건축자재 수급 미비, 극심한 대기 및 수질오염 등이 단시일 내에 해결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