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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문화 양극화 두드러져 합의 없어도 논쟁있다면 `건강`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9-14 20:24 게재일 2012-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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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가능한가` 문학과지성사 펴냄 로널드 드워킨 지음

올해 두 차례의 선거를 치르며 드러난 한국의 정치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 양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오랫동안 분단국가라는 현실에서 오는 남북을 둘러싼 이념적 갈등과 동서로 나뉜 지역감정이 한국 정치를 지배해왔다면, 여기에 더해 진보와 보수, 혹은 좌파와 우파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이전투구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의 정치현실이다.

첨예한 대립과 적개심은 있되 공적인 논쟁이나 원칙은 찾아보기 힘들고,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상대방의 말과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치가들뿐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치 쟁점을 둘러싼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렇듯 자치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상대를 정형화하고 상호 비난과 경멸을 반복하는 일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면, 남는 것은 목소리 큰 다수의 횡포뿐이다.

이런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민주주의가 그 가치에 가깝게 실천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새로운 정치 토론을 위한 원칙`(문학과 지성사)에서 저자가 대면하는 문제의식이다.

▲ 작가 로널드 드워킨

이 책의 저자 로널드 드워킨은 미국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치적 분열을 본다.

저자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너른 합의만 있다면 심각한 정치적 논쟁 없이도 건강할 수 있다. 또 합의가 없더라도 논쟁 문화가 있다면 건강할 수 있다. 그러나 깊고 쓰라린 분열만 있고 진정한 논쟁이 없다면, 다수의 횡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이렇듯 존 롤스의 뒤를 잇는 가장 권위 있는 법철학자이자 진보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현실 문제에 대해 비중 있는 발언을 해온 실천적 지식인,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저자로 잘 알려진 로널드 드워킨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고도 강력하다.

과도한 정치적 양극화의 조건에서는 공적 관심을 끄는 논쟁이 있을 수 없고, 그런 논쟁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

정치적 양극화란 공적 논쟁이 사라진 정치, 혹은 과도한 파당적 경쟁만이 지배하는 정치를 가리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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