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경
몸져누운 뒤로 일어설 줄 모르네
길고 긴 옥색 치맛자락 깔고 누워
뒤척이고만 있네
퉁퉁 불은 젖가슴 열어 둔 채
햇살에 눈부시던 이마, 열꽃은 식었지만
흐르고 흘러도 닿지 못하는
속살의 눈부신 꿈꾸는지
눈빛 속 눈물강만 붉게 물드네
그 뜨거운 숨결 흐르고 흐르면
모질게 여민 치맛자락도 풀려
한 올 한 올 남김없이 흘러
또 한 번 깊어지겠네
저물녘의 강을 우리네 삶에 견주어보면 인생의 후반부, 늙음을 의마하는 것이다. 그것도 죽음을 앞둔 경우라 할 수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다. 자연적인 나이가 높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하여 자신의 집착을 버릴 수 있고 남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여유와 무욕의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는 나이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