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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강

등록일 2012-09-14 20:56 게재일 2012-09-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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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경
저 고요한 여인

몸져누운 뒤로 일어설 줄 모르네

길고 긴 옥색 치맛자락 깔고 누워

뒤척이고만 있네

퉁퉁 불은 젖가슴 열어 둔 채

햇살에 눈부시던 이마, 열꽃은 식었지만

흐르고 흘러도 닿지 못하는

속살의 눈부신 꿈꾸는지

눈빛 속 눈물강만 붉게 물드네

그 뜨거운 숨결 흐르고 흐르면

모질게 여민 치맛자락도 풀려

한 올 한 올 남김없이 흘러

또 한 번 깊어지겠네

저물녘의 강을 우리네 삶에 견주어보면 인생의 후반부, 늙음을 의마하는 것이다. 그것도 죽음을 앞둔 경우라 할 수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다. 자연적인 나이가 높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하여 자신의 집착을 버릴 수 있고 남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여유와 무욕의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는 나이가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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