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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日 삿포로 이야기` 재미 쏠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9-21 20:59 게재일 2012-09-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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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2012 가을호` 출간<BR>눈·맥주의 도시로 잘 알려져<BR>클라크 박사·포플러·대학 등<BR>삿포로 탐험 길잡이 키워드
▲ 삿포로市 시계탑

문학을 통한 아시아의 소통과 유대를 목표로 하는 한·영 대역 문예지인 계간 `아시아(ASIA)`가 통권 제26호 2012년 가을호를 펴냈다.

`스토리텔링 아시아`를 표방하는 이번호는 아시아 각국의 도시를 현지 작가와 국내 작가의 `이야기 지도`로 소개한다.

지난 봄호 하노이를 시작으로 여름호 상하이, 이번 가을호에서는 일본 삿포로를 찾아간다.

우리에게 눈의 도시, 맥주의 도시로 익숙한 삿포로는 일본 북단의 섬 홋카이도의 도청 소재지이다. 본래 홋카이도는 `인간`이라는 뜻의 아이누 선주민의 땅이었다. 하지만 홋카이도는 일본 제국주의의 발판이 되는 내적 식민지 개척이 시작된 곳이다. `스토리텔링 아시아` 삿포로 편에서는 설국 너머 존재하는 일본 식민주의의 기원과 미우라 아야코, 아리시마 다케오, 고바야시 다키지 등 홋카이도 삿포로가 낳은 문인들도 소개한다.

더불어 김연수, 김윤식, 김남일 등 한국문인들과 삿포로 사이의 특별한 인연도 만날 수 있다.

▲ `세계의 끝 여자친구` 작가 김연수.

◇이야기 지도 1 _ 문장으로 그린 조감도

김경원이 제시하는 키워드들 이를테면 눈, 후루카와 강당, 홋카이도대학, 영화 `북쪽 나라의 0년`, 클라크 박사, 포플러, 삿포로의 근대 건축물, 이시카와 다쿠보쿠, 아리시마 다케오 등은 삿포로 탐험 길잡이의 핵심 키워드들이다. 김경원이 꼽은 키워드들은 삿포로를 가로지르며 `식민지의 무대`로서 삿포로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이야기 지도 2_ 이야기 박물관

홋카이도에서 탄생한 문학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구조적 명료성과 만만치 않은 삶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아이누 민담 네 편을 읽는 재미는 각별하다. 홋카이도가 낳은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토 세이의 시 `눈 오는 아침`과 `눈빛 밝은 밤에 오는 사람`은 홋카이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눈을 순백의 서정으로 담아냈다.

유다 가쓰에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고`는 삼선 조난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비극을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형상화한 소설이다.

▲ 언덕에 선 클라크 박사상.

◇이야기 지도 3_ 홋카이도와 문인들

홋카이도 문학 지도를 보고 싶다면 가미야 다다타카가 쓴 글을 주목하자.

가미야 다다타카의 글 `홋카이도 삿포로의 문인들`에서 홋카이도가 낳은 작가들과 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문인 연표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아리시마 다케오, 미우라 아야코, 이시카와 다쿠보쿠, 와타나베 준이치 등 홋카이도뿐 아니라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빙점`으로 친숙한 미우라 아야코가 결혼 전 마에카와 다다시와 나눈 정갈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우리에게 대중소설 작가로 알려진 미우라 아야코 삶의 이면을 엿보게 한다.

◇이야기 지도 4_ 그늘의 힘

삿포로의 어두운 과거와 원전을 둘러싼 현재진행형의 대립을 어떤 양상일까.

치리 마시호는 `아이누의 문학, 신요(神謠)`에서 소멸 직전의 아이누의 문학 신요, 즉 유카라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모리야마 군지로의 `땅속에 버려진 사람들`은 홋카이도 광산촌에 반강제적으로 끌려와 혹독한 노동 끝에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인들을 추모하는 글이다.

북한의 납치 사건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선조들이 저지른 조선인 상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일본인들의 모순된 피해자 의식을 지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오오바 가즈오의 `오오마에 원자력발전은 필요 없다!`는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원자력발전을 추진하는 후안무치한 국가와 전력 회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담고 있다.

◇이야기 지도 5_ 삿포로의 이방인

김연수, 김남일, 김윤식, 이경재 한국의 문인들의 눈을 통해 삿포로를 살펴본다.

김연수는 `지금은 없는 사람들의 땅, 홋카이도`에서 삿포로에서의 강연 경험을 들려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공선`, `쓰시마 유코나`를 통해 `인공적인 섬`, `현실적인 섬`, `역사적인 섬` 세 가지 빛깔의 홋카이도를 발견하게 된다.

김남일의 글은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공선`이 1980년대 한국문학과 만나던 순간의 내면 풍경을 그려냈다.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박민규의`버핏과의 저녁식사`(`현대문학`2012년 1월호)를 영어로 번역해 싣는다. 해외 독자들에게 발 빠르게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젊은 작가들의 수작을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다.

강연호의 시 `빈방`과 `자필 이력서 쓰는 밤`은 한국 시단이 최근에 획득하고 있는 새로운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 정은경과 이경재는 아즈마 히로키와 사사키 아타루의 최근작을 꼼꼼하게 고찰한 서평을 썼다. 쉬쿤의 단편소설 `굿모닝, 베이징`은 시골에서 온 친척들에게 베이징이라는 거대 도시를 가이드 해야 하는 주인공 저위안의 곤혹스러움을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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