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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돌려 이순신을 응원한 사대부들

등록일 2012-09-24 20:28 게재일 2012-09-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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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임진란이 한창이던 1597년 남해 명량해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12척의 조선 수군은 133척의 왜군을 맞아 대승을 거둔다. “나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 대첩을 앞두고 실의에 빠진 조선 군사들을 이렇게 독려했다. 그런 이순신의 자신감을 현실화시켜 기적 같은 승리를 가져온 데는 이순신의 부하 사호 오익창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조선 사대부들은 조선 수군의 패배를 예감하고 인근 외딴 섬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오익창이 사대부들을 설득해서 뱃머리를 돌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순신이 패하면 우리 울타리가 철거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록 혼자서 외딴 섬에 달아난들 안전이 보장되겠는가? 차라리 모두 힘을 모아 이순신을 성원한다면 살 길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죽을지라도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다는 명분은 얻을 것이다”

명량해전의 급박했던 상황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최근 난중일기 전문가가 번역한 사호집을 통해 드러났다. 이 책에는 임란의 전황과 오익창의 활약상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오익창은 피란가려는 사대부들을 글로써 설득했고 감화된 사대부들은 1천여 척의 배를 이순신의 전함 12척 뒤쪽에 세워두고 소리를 질러 군사들을 응원했다. 쌀가마를 거둬 조선 수군들에게 전해주기도 했고 솜이불을 거둬 물에 적셔 전함에 내걸어 왜군의 총탄을 막기도 했다.

지독히 사이가 나쁜 두 식당이 이웃하고 있었다. 두 식당은 메뉴도 한식으로 비슷했고 찾는 손님들도 비슷해서 여러 가지로 경쟁 상대였다. 그런데 먼저 생긴 식당의 주인은 욕심이 조금 더 많았다. 그는 후발주자인 이웃집이 괘씸했다. 오랫동안 터를 닦아 놓은 자신의 영업구역에 무임승차한 것도 괘씸한데 자신의 집으로 오는 손님을 가로채는 것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오랜 투자와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것과 같아 여간 얄밉지가 않았다. 마침내 옆집의 흠을 찾아냈고, 작은 트집을 잡으면 어김없이 기관에 고자질했다. 여러 차례 영업정지를 당하던 옆집은 결국 가게를 접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 얼마동안은 두 집 손님이 몰려드는 듯하더니 어느덧 손님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두 집 모두 문을 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전 서울에서는 간장게장 식당을 두고 이웃한 두 가게가 육박전을 벌여 법정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혼자 모두 챙기겠다는 기득권자의 욕심과 같이 먹고 살자는 후발주자의 예의없는 무임승차가 원인이지만 서로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겠다는 발전적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월 대선을 향한 여야 주요 대권 주자들의 세 불리기 경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주자들만큼이나 누가 그 후보를 도와주는가, 누가 후보 옆에 있는가도 그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과 미래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가 된다. 물론 후보의 보수 진보 중도 성향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결정적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그 후보를 둘러싼 진용들의 면면이 후보가 맡게 될 정권의 성격까지를 내다보게 하는 배경 그림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대권 주자들에게는 누가 오익창의 역할을 할 것인가. 누가 이순신 장군의 오익창 처럼 국민들을 향해 자신들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고 또 지지를 끌어 낼 것인가가 12월 대선의 승부가 될 것이다. 거꾸로 국민으로서는 누가 내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주고 내 자식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며, 복지와 자유가 공존하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적은 배와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적을 물리치고 국민을 지켜냈듯 이순신 장군 같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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