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br>한국연극 거장 이윤택씨 연출
연출가 이윤택(61)은 한국 현대연극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뮤지컬, 무용, 극작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해 `문화 게릴라`로 불리며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꼽힌다.
연희단거리패라는 동인제 극단을 이끌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숱한 화제작들을 토해내며 현대 한국연극의 흐름을 주도해 왔고 예술감독체제로 전환된 국립극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또한 오달수, 윤제문 등 TV·영화에서 맹활약 중인 보석 같은 배우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오는 10·11일 오후 7시30분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오르는 연극 `코마치후덴`은 연출과 극작의 영역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주도해 온 이윤택 연출이 극대화 된 작품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기시다 희곡상 수상작 `코마치후덴`을 한국적 양식을 가미했다.
`코마치후덴`은 일본 연극의 거장인 오타 쇼고의 작품으로 1990년대 초 오타 쇼고의 사후에 그의 미망인이 이윤택에게 이 연극의 연출을 부탁하면서 이뤄졌다.
이윤택의 연출로 다시 태어나는 `코마치후덴`은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양식인 노(能)와 우리 영남 덧배기가 만나 느림의 미학과 힘찬 몸짓의 조화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1명의 대구 배우들이 참여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극단 온누리, 한울림, 그리고 대구가톨릭대·계명대·대경대 출신의 젊은 배우들이 연희단거리패 배우들과 밀양연극촌에서 5주간의 합숙을 통해 한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대구의 관객들에게 돌아오는 무대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마치후덴`은 일본 고대전통설화인 절세미인 코마치의 삶을 극화시켰다. 코마치는 자신에게 청혼하려면 백번 정도 찾아와서 구애해야만 응하겠다고 한 오만한 여성이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한 남자가 청혼하러 오던 중 사고로 사망하자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산 전설적인 여인이다.
연극은 늙은 여인이 되어 혼자 사는 코마치의 기억을 초현실적으로 풀어낸다. 근대 일본 제국주의의 남성 중심적 사회에 저항하면서 현실적인 모든 조건을 초월하는 지고지순한 코마치의 사랑을 펼쳐낸다. 코마치에게 구애하는 일본군 소위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소위의 혼령은 코마치를 억압하고 구속하려 드는 폭력적인 남성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버지의 폭력적인 교육에 길들여지지 못하는 한 소년이 거리에서 우연히 코마치와 눈이 마주친다. 100세의 늙은 노파 코마치와 이제 20대 초반에 접어드는 동 서기 청년의 무의식적 교감이 이뤄지면서 시대와 계급과 세대를 초월하는 사랑의 관계가 형성된다.
`코마치 후덴`을 통해 근대 일본 제국주의의 남성중심적 사회에 저항하면서 현실적인 모든 조건을 초월하는 지고지순한 코마치의 사랑을 펼쳐낸다. 코마치가 객사하고 사라진 어느 날 청년은 코마치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고 한 밤에 부활하는 절세미녀 코마치를 본다.
지난 5월 부산국제연극제에서는 “시대,역사, 세대를 가로 지르는 초현실적 사랑과 `코마치`의 바람같은 인생을 담은 한 편의 시화같은 연극이다. 오타소고의 침묵의 연극, 느림의 미학을 이윤택의 말과 몸의 방식으로 연출해 아시아의 새로운 공연 예술로 표현해낸 우수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편 연극 `코마치후덴`은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지난달 12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관객들에게 정통연극의 진수를 선보이기 위해 개최하고 있는 정통 연극 페스티벌인 `2012 극단열전`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문의 (053)668-1567.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