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아시아지역 사람들은 집 뒷마당에 중국산 대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고, 물과 거름을 주지만 4년동안 대나무는 거의 혹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5년째 되는 해에 놀랍게도 나무는 5주일 동안 90피트 높이로 자란다. 중국산 대나무는 5주일 동안 자란걸까? 아니면 5년 동안 자란걸까? 정답은 당연히 5년이다.
#2.우리 단군신화 이야기다.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 안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은 21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됐으나, 범은 끝내 참지못하고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기서 범이 100일을 참지 못한 이유는 뭘까? 조금씩 사람으로 변하지 않고, 긴 시간을 참고 견뎌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예화가 전하는 교훈은 우리가 꿈을 위해 노력할 때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처럼 보이더라도 절대로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얼마전 박승호 포항시장을 만났다. 박 시장의 얼굴이 무척 핼쑥해 보여 “얼굴이 말랐는 데,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근에 한달 가까이 효소를 먹으며 단식하는 효소단식법으로 15kg 가까이 감량해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식으로 다이어트 한 과정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했다. “처음 일주일쯤 단식했는 데, 지방은 안빠지고 근육이 빠지는 바람에 그만둘까 생각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단식이니 어느 정도까지 해봐야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계속했더니 어느 순간 몸속의 나쁜 성분들과 체지방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면서 “지금은 약 4주간의 단식을 마쳐서 근력은 약해졌을 지 몰라도 체력은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즉, 서서히 체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어느 기간 이상을 묵묵히 참고 견뎌야 마침내 효과가 나타나더라는 설명이었다.
사람이 자신이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노력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 처럼 느낄 때 사람들은 그만 `안되는 가 보다` 하고 포기한다. 거기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별천지가 펼쳐질 텐데 말이다.
소설가 최인호가 쓴 `상도`라는 소설에 나오는 일화다. 조선시대 임상옥이라는 상인을 경계한 중국의 상인들이 담합해 임상옥의 인삼을 불매하기로 동맹을 맺었다. 임상옥은 고민을 거듭하다 묘수가 떠오르지 않자 추사 김정희를 찾아가 물었다. “어르신, 어떤 사람이 지금 백척간두에 서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백척간두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까요?”그러자 추사는 지체없이 바로 대답했다. “백척간두에서 내려올 수 없습니다” “내려올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임상옥의 물음에 추사는 묵묵히 붓을 들어 종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백척간두 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百尺竿頭 進一步十方世界現全身). 100척의 장대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라. 그리하면 새로운 세계가 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 글에 깨달음을 얻은 임상옥은 조선에서 가져온 인삼을 모조리 꺼내놓고 불을 붙였다. 이 모습에 깜짝 놀란 중국상인들은 불을 꺼달라며 그들의 잘못을 빌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임상옥은 인삼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었고, 그 후 조선을 대표하는 거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안팎을 둘러싼 상황이야말로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다. 그런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는 예쁘고 자상하고 멋진 이미지 연출에만 신경쓸 뿐 나라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겉으로는 정책선거를 하자면서도 기껏 경제민주화니, 일자리 마련이니 하는 총론적 입장만 나열할 뿐이다. 경제난 극복 해법이나 국방과 안보 정책의 방향을, 치안과 안전 대책을 제대로 내놓는 후보가 없다.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감은 백척간두 진일보할 후보다. 누가 이런 일을 해낼 것인가. 이제 세 후보들이 이같은 질문에 대답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