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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상처입은 아이 실수하는 인간으로 성장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10-26 20:23 게재일 2012-10-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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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는 인간` 문학과지성사 펴냄 정소현 지음, 304쪽<br>비정상적인 부모들 아이 억압 하고 유기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양장 제본서 전기`가 당선되며 등단한 정소현의 첫번째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등단작을 포함해 `실수하는 인간` `너를 닮은 사람` `폐쇄되는 도시` `돌아오다` `지나간 미래` `이곳에서 얼마나 먼` `빛나는 상처`까지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젊은 작가답게 작품마다 신선한 면모가 돋보임에도 등단 후 짧지 않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소설을 치밀하게 벼려온 탓에 `신인`이나 `신예` 같은 명멸하는 수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2010년 제1회 젊은작가상, 2012년 제3회 젊은작가상에 선정되며 가족 상실의 경험과 싸우는 여성 개인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와 한 인간 속에 숨어 있는 죄의식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우리 문학에서 흔치 않은 집중력을 보여준 것은 부단한 정진의 정직한 결과다.

정소현 소설의 집중력은 가족, 좀더 명확히 말해 `엄마`에게서 출발한다. 정소현 소설 속의 엄마들은 명백하게 일그러져 있다. 비정상적 부모는 아이를 억압하고 결국 심리적, 물리적으로 아이를 `유기`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내상을 입은 아이는 자라서 이상한 어른이 된다. 수월하게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해 흔히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악마적 인물, 혹은 체념하며 다른 모든 버려진 것들과 손을 잡는 윤리적 인물이 그 두 양상이다.

`실수하는 인간`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모계` 등장인물들은 그러나 여성성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오려 하기보다는 모성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듯하다.

정소현 소설 속 아버지는 대개 살아 있지 않다. 주로 자살로 생을 마감(`지나간 미래` `돌아오다`)하고, 행여 살아 있더라도 자식을 방임하는 무책임한 존재에 불과(`양장 제본서 전기`)하다.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엄마`로의 역할 분배는 온데간데없이 `나무라고 징벌하는` 초자아 같은 엄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정소현의 엄마들은 아이를 질투하며 매질한다. 착취하고 무시하며, 다그치고 유기한다. 엄마라는 힘센 초자아에게 상처 입은 아이도 어떻게든 자란다. 그러나 이들은 자라서 `실수하는 인간`이 된다. 의욕을 잃고 무기력한 백수로 살거나 말을 더듬는 건 예삿일이다. 상처는 영영 남는다. 아이는 현실을 사는 게 아니라 “갈기갈기 찢겨 과거들 속에 흩뿌려져 있”(`너를 닮은 사람`)을 뿐이다.

좀더 극단적인 반응도 있다. 어떤 아이는 질서를 파괴하는 `악마적 인물`이 된다. `실수하는 인간`의 주인공 석원은 덜떨어진 사람에서 용의주도한 연쇄 살인마가 되어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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